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1995년에 실시된 후 지방자치제 시대가 개막되고, 어느덧 24년이 흘렀다.

지역의 특색이 없는 일선 행정조직에 불과했던 자치단체는 지역주민과 긴밀히 함께 하며,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지방선거로 발굴된 지역의 지도자들은 주민자치에 기반을 둔 의정활동을 통해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해 중앙으로 진출하여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방의 정치 역량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어디까지나 지방자치의 실시는 자치단체 스스로가 주민의 복리 증진과 지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고,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질 수 있는 건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이어온 과정에서 민주주의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지방자치 본래의 목적이 제대로 성취되고 있는지, 또 자치발전의 장애요인을 제거할 수는 없는 것인지 끊임없는 논의와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역대 정부들에서 국정의 주요 핵심과제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이야기해왔고, 행정과 재정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각종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있어왔다.

 하지만 재정적인 분권과 균형발전이 동반되지 않는 지방분권은 오히려 지방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곳간이 부실하면 지방 스스로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란 요원하고, 자원의 재배분과 정책 조정·역량이 시·군보다 도(道)와 중앙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태라면 지방분권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치분권의 핵심적인 필수조건은 재정분권이다.

현재와 같은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적인 재정은 지방의 낙후와 지역불균형을 필연적으로 야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얼마 전 익산에서 열린 민선7기 2차년도 전라북도시장군수협의회에서도 실질적인 재정분권의 토대 위에 자치분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문재인 정부는‘국정개혁 5개년 계획’에서 국세·지방세 비율을 장기적으로 6대4 수준까지 개선하고, 지자체 간 재정 격차 완화와 균형발전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6대4 수준까지는 어렵더라도 지역의 주민 행정서비스 사무와 지역산업 활성화에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정도의 원만한 배분이 필요하다.

 물론, 지방세 비중을 늘리면‘지방세를 가장 많이 걷을 수 있는 지자체, 즉 재정력이 가장 좋은 서울·경기 지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지역 간 형평성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재정적 측면에서 낙후된 지역과 열악한 도시를 지원할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지방재정조정제도가 그것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재원을 공여해주고 지자체 상호간 재정 불균형을 조정해 줌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바람직한 역할 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이다.

 결국, 실천의 의지만이 남았을 뿐이다.

국제사회는 도시의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다.

국가 간 경쟁도 경쟁이지만, 도시가 경쟁하는 시대이다.

도시 경쟁력의 성패는 지방분권의 진전을 빼놓고 얘기하기가 어려워졌다.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곳간이 적절하게 채워져야 한다.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정부와 국회, 지방의회, 지자체가 진정한 균형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지방이 없으면 나라도 없고, 지방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병술 전주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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