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지켜낸 이름없는 영웅들
작가 역사의 가치-소중함 메시지 담아

조선왕조실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조선왕조실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우리는 당시 조선의 역사를 모른 채 살아갈 것이고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드라마나 소설 등은 만나지 못할 것이다.

세계기록유산으로까지 등재될 만큼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이 우리 곁에 남기까지는 수많은 우연곡절을 겪었다.

1592년 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4개의 사고 중 3개 사고가 불타 없어지고 남은 전주 사고의 실록을 선비 안의와 손홍록이 내장산으로 옮겨 보관함으로써 지금까지 지켜낼 수 있었다.

지방의 무명 선비가 사재를 털어 실록을 옮길 말과 식량을 마련하고, 지방 관아의 청소 일꾼은 물론 재인들과 일반 백성, 천민들까지 조선의 역사를 지키기 위해 몸과 마음을 합쳤다.

이때 남은 유일한 실록은 14개월 만에 조정에 전달되어 다시 한양, 마니산, 태백산, 묘향산, 오대산의 사고에 보관되었다.

그러나 당시 고위 관직에 있으며 역사를 기록하던 사관들은 전쟁이 나자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가 버렸다.

실록은 지켰으나, 자칫 사라질 뻔한 당시의 실록 피란 이야기는 다행히 안의의 난중일기라고도 불리는 ‘임계기사’와 내장산 용굴에서 370일간 숙직하며 기록한 ‘수직상체 일기’로 남아 전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는 혼란스러웠던 조선 중기, 175년의 조선 역사를 지켜 낸 이름 없는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다.

하루아침에 역적의 아들이 된 석개, 석개와 형제처럼 지내던 궁수 팔모, 먹고살기 위해 광대가 된 줄광대 홍두, 전쟁이 터지자 사재를 털어 100여 명의 사람들과 실록을 지키기 위해 전주로 떠난 안의와 손홍록, 힘없는 백성의 고혈을 짜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실록을 일본에 넘기려고 갖은 협박과 모략을 일삼은 탐관오리 이방과 그의 무리들.

역사를 지키려는 자들과 빼앗으려는 자들의 쫓고 쫓기는 대장정 속에서 조선 중기의 시대상과 그들이 지켜 낸 조선의 역사를 지금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우리는 어떤 역사를 써내려가야 하는지 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책은 역사를 지키려는 자들과 빼앗으려는 자들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대장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역사란 무엇인가를 몸소 보여준 이름 모를 영웅들의 덕분이다.

조선의 건국 상황도 성군의 치세도 그저 전설로만 남을 뻔한 끔찍한 순간, 그 순간을 굳건히 지킨 건 다름 아닌 민초들의 힘이었다.

‘시민들이 직접 뽑은 전주의 책’ 10권 중 하나로 선정된 ‘책 깎는 소년’의 저자 장은영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난립하고 이때를 기회 삼아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탐관오리들이 판을 치던 조선 중기, 그 시대를 살아낸 민초들의 삶과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영웅들을 생생하게 되살려 냈다 우리는 누구나 역사의 주인공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삶이 모여 한 시대를 이루고, 여러 시대가 쌓이고 이어져 역사를 만들어 간다.

그러니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고, 역사의 주인공인 우리 모두는 후대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생각하고 생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아마도 400년 전 석개와 홍두가 미래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고,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기록유산이 갖는 가치일 것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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