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국악원 창극단 소리의진수
간결한 무대 소리 집중도 높여
아픈역사 수준높은 표현 감동

창극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기존의 지루한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고 창극 자체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것에서다.

이곳 저곳에서 창극의 새로움을 내세우는 작품들이 올려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일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초대된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의 창극 ‘만세배 더늠전’이 매우 유의미있게 다가온다.

창극의 새로움을 표방하는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 뮤지컬 등 타 장르의 요소를 삽입하거나 서양악기와 국악기를 혼용하거나 여러 요소들을 한 번에 동시 보여주는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해온 게 사실이다.

새로움을 보여준다고 했지만 사실상 새로움이 없이 기존 형태 것을 무분별하게 섞어놓은 작품이 많은 게 현실이다.

도립국악원의 ‘만세배 더늠전’은 대내외적으로 창극의 새로움을 표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작품은 창극에 대한 고민과 창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심사숙고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커다란 변화는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로만 일관했다.

정통법을 고수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은 몇 가지 새로운 변화가 눈에 띈다.

우선 간결한 무대다.

회전무대와 몇 몇 영상이 전부다.

그 외 나머지는 모두 창극단원이 감당해야 했다.

간결한 무대는 오히려 무대에 집중력을 높였고, 소리가 객석에 전파되는데 유리하게 작용하는 듯 했다.

배역비중도 주목받았다.

주인공에 나머지는 조연이나 단역으로 구성되는 게 통상적이라면 이번 작품은 어느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 다 주인공 역할을 감당했다.

한 명이 여러 역을 번갈아가면서 소화하는 모습도 극의 완성도는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이 점은 창극단원의 수준 높은 실력이 밑바탕이 됐다.

창극단은 지난해부터 소리열전이란 기획공연을 통해 자신들의 음악적 수준을 높이는 데 노력해왔다.

그 결실이 이번 무대에서 열매를 맺게 된 것이다.

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무대였다.

창극단원들의 실력이 한 몫 했고, 관현악단의 연주와 음악이 기여했으며,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적 사실이 한 데 어우러진 결과였다.

민족의 아픔을 다룬 작품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작품들이 부지기수다.

일제강점기 등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기초로 관객과 교감을 원했지만 그 내용을 단순하게 나열해선 얻기 힘들다.

그럼에도 일부 작품들은 온갖 미사여구를 써 가며 마치 화장 떡 칠한 듯한 모습으로 관객들의 교감을 원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실패한다.

국악원의 이번 작품은 화장기 하나 없는 무척 담백한 민낯이다.

배를 움켜잡고 목이 터지도록 소리만을 쏟아낸다.

최소한의 무대장치지만 이점이 오히려 관객과 출연진과의 벽을 낮게 만들어준다.

관객은 출연진들의 소리를 오롯이 받아들이고, 출연진들은 잘 짜여진 극본을 풀어간다.

비어있는 듯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알맹이가 가득 찬 모습이다.

창극의 새로운 모습은 새로움에서 찾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서 찾는 것이 더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

새로움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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