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경기도 포천에서 시작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해 6,700여 양돈농가는 물론 온 나라가 긴장 상태다. ASF가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면도 있지만 과거 ‘돼지 콜레라’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하고, 발병한 것은 100년도 넘는다 하니 급작스럽게 생긴 바이러스는 아닌 듯하다. 

그런데 이놈의 바이러스는 돼지에게 발병하면 3일에서 20일 사이에 최고 100% 폐사하는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폐사율 50%인 구제역보다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으니 실로 두려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번 발병한 농가는 100% 폐사는 물론 최소 6개월에서 수십 년간 돼지를 사육할 수 없어 생계를 포기해야 하는 농가의 그 부담과 고통은 과연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도대체 이 병은 어떻게 감염되는 것인지를 알아야 방역도 할 수 있을 것인데 ASF의 전파 경로는 비교적 뚜렷하다고 한다. 첫 번째는 사람에 의한 감염이고 두 번째는 멧돼지에 의한 감염이라고 한다. 1920년 아프리카에서 맨 처음 발병한 돼지열병이 유럽으로 전파된 원인은 아프리카를 항해하고 돌아온 선박에서 먹던 잔반을 돼지축사에 공급하게 되면서 발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전파도 2007년 해외 항해 선박 내 남은 음식이 돼지 사료로 쓰여져 발병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이 또한 인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멧돼지를 통해 감염된다는 것도 멧돼지가 돼지 사육농가까지 내려와 분변을 보고 간다든지 사육돼지와 싸워 출혈이 있을 경우 혈액에 의해 감염될 수 있다는 것도 보도된 바 있다. 따라서 국내에서 천적이 없어져 버린 야생 멧돼지의 개체 수 증가는 우리에게 더욱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협적인 ASF에 대한 방역 대책은 과연 무엇인가. 우선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물이 전파 경로가 된다 하니 사료 대신 잔반을 먹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나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면 이를 처리하기 위한 환경오염의 문제가 발생하고 농가의 비용 부담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차제에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처럼 음식물 잔반이 많이 나오는 나라가 없다 하니 우리 국민들도 잔반 줄이기부터 실천해 보면 어떨까 싶다. 

멧돼지로부터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 당국은 파리, 모기까지 채집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이 땅의 멧돼지를 모두 사살할 수도 없는 문제여서 역시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우선 돼지 사육농가에 차단벽을 이중 삼중으로 설치해서 멧돼지의 접근을 먼저 막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국감에서도 돼지열병이 북한의 멧돼지로부터 전파되었다 하며 북한과의 방역 공조를 안했다느니 심지어 북한 당국이 마치 남한에 멧돼지를 풀어 놓은 것인냥색깔론까지 대두되는 우스운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 멧돼지가 어느 나라 소속이냐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우리 국민들도 사고의 전환을 좀 했으면 한다. 최근 돼지열병의 여파로 돼지고기 소비가 급격히 저하되었다고 한다. 인간에게는 전혀 해가 없고 전파가 되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행여나 하는 마음에 아예 돼지고기 섭취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구제역 발병 때에도,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때에도 우리는 늘 그랬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일단은 피하고 본 것은 아닌가 하여 내 자신도 부끄럽다. 생계의 단절로 벼랑에 서서 생을 포기하고 싶은 축산 농가의 심정을 한번쯤은 헤아려 보았으면 한다.

2010년 경북 안동에서 발병한 구제역으로 우리는 350만 마리의 소·돼지를 살처분하고 3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허공에 날린 바 있다. 정부는 그동안 가축 방역에 소홀한 면이 있었다면 이번 일을 기회로 더욱 확실한 초기 방역 대책을 기민하고 체계적으로 수립하여 시행하고 국가적 공조를 통한 백신 개발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발병국가 해외여행을 가급적 삼가하며 축산물 및 축산 가공물 반입을 일절 자제하고, 국내에 체제중이거나 거주중인 외국인들도 발병국의 축산물 반입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가축 방역, 이제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지구상에서 만물의 영장이라는 이유로 수백만, 수천만 아니 수억 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할 권리가 인간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박병철 NH전북농협 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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