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 시인 첫 시집 발간 '기억' 주제
기억의 중요성 잊고지낸 소중함 깨워

기억은 한 존재의 모든 것이다. 기억을 지우면 그 존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며,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품에 안고 살아간다. 그 기억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알 수 있고, 기억이 있어야만 앞으로도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으로서 존재해야 할 기억을 한 뭉치 엮은 시집이 발간됐다. 시인 황준의 시집 ‘기억의 바다’가 그것이다. 

황준 시인의 이번 첫 시집의 시들은 기억에 관한 주제가 자주 등장한다. 그의 언어는 우리의 기억을 소환하고 우리가 잊고 지냈던 것들을 다시 떠올려 그것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이 기억들을 자꾸 지우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기억을 지우고 거기에 새로운 경험의 가치와 그것이 얻게 해주는 욕망의 자리를 만든다. 그래야 그 욕망을 채울 상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그 아름다웠던 이 땅의 자연은 잊어버리고 다른 산천을 찾아 너도 나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시인이 말하는 기억은 다양하다. 시 ‘고독사’는 혼자 자신의 집에서 고독사한 노인의 방 풍경을 아주 생생하게 그래서 더욱 처절한 슬픔이 느껴지도록 묘사한다. ‘통장과 금반지 한 개’를 남겨둔 과거의 기억을 끝까지 붙들어 지금의 상실감과 결핍감을 지우고 싶은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또 시 ‘정류장’에서는 사랑의 실천으로서의 기억의 복원을 노래한다. 상실과 결핍을 벗어나기 위해 점점 우리 눈 앞에서 사라져가는 공존과 사랑의 가치를 회복하고, 정류장에서 만남을 통해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남자들에게 과거 기억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군대생활이다. 시인은 시 ‘추억’을 통해 군대 경험 중에서 얼핏 기억되는 사랑의 순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우리의 기억에 따라 사랑의 순간은 언제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기억의 중요성은 표제시인 ‘기억의 바다’에서 한층 강화된다. 시인은 많은 생명들이 죽은 그 바다를 ‘기억의 바다’라 명명한다. 기억해야 하고 기억할 수밖에 없는 바다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우고 그 사건의 충격을 잊어버리는 것으로 우리는 슬픔을 지울 수 없다. 그것보다도 이 기억을 잊지 않고 진실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슬픔을 치유하고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황준 시인의 시는 소박하고 쉬운 언어로 쓰여 있다. 하지만 결코 유치하거나 투박하지 않다. 소박함 속에 들어있는 섬세한 감각과 쉬운 언어 속에 들어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특징이다”며 “그의 시를 읽으면 우리가 잊고 지냈던 옛 기억을 들어내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고 평했다.

이희찬 시인은 “황 시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많은 미덕을 생각한다. 어렵지 않고 알아볼만하다. 정직하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며 “허세나 거짓, 현란한 수사, 과장이 없다.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시가 말하는 화장의 정서를 독자와 공유하려 한다. 좋은 작품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황준 시인은 “시는 인간을 불타게 한다. 한줄기 빛이 되어 어둠이 깊어져도 꺼질 줄 모르는 불꽃이다”며 “미처 듣지 못한, 미처 느끼지 못한 삶의 이야기를 모아 푸른 영혼의 섬을 향해 출항신고를 한다”고 말했다.

전주 출생으로 1988년 시 세계 동인활동을 시작했다. 동인 시집 ‘우리는 노래하기 시작하였다’가 있고, 변호사 황선철 사무소에 재직 중이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