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가야? 전북에도 ‘가야’가 있어?”

‘전북가야’라는 단어를 접한 이들의 첫 번째 반응이다.

남원과 장수를 중심으로 전북 동부지역 7개 시군에서 가야사 연구·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전북가야’는 아직도 많은 도민들에게 생소한 이야기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한 이래로 줄곧 백제 문화권으로 분류 됐던 전북 동부지역은 최근 발굴조사를 통해 ‘가야 문화권’이었음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가야사에 대한 관심은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정책 공약 부분에 가야사 연구와 복원 부분을 꼭 포함시켜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급부상했다.

문 대통령은 가야사는 남원 일대와 금강 상류 유역까지 넓었던 역사이기에 영호남 공동으로 벽을 허물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연구 복원 지시로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이 포함되었고 전북의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도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전라북도는 지난 2017년 11월 25일 7개 시·군과 전북가야 선포식을 열었다.

전북 가야문화의 중심지인 남원과 장수가 맞닿는 경계지역이자 삼국시대 백제·전북가야·신라가 국경을 형성했던 봉화산 치재에 전북가야 기념탑을 세우고 남원·장수·완주·진안·무주·임실·순창 일대의 가야계 유적과 유물을 하나로 묶어 전북가야라고 명명하였음을 선포하는 ‘전북가야 선언문’도 발표하였다.

전북가야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17년부터 약300여억원의 예산을 집중투자 하여 전북권역에서 가야유적 497개소, 822건(고분 131(456기), 제철 219, 봉수 101, 산성 46)을 확인하였으며 국가사적으로 연이어 지정받고 있다.

지난해 3월 삼국시대 운봉고원 지역에 존재했던 가야세력의 지배자 무덤군으로 추정되는 남원 유곡리·두락리 고분군이 호남지역 가야 유적으로는 처음으로 국가사적(제542호)으로 지정되었으며 경북·경남 가야고분군과 함께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올해 10월에는 장수 동촌리 가야고분군이 국가사적(제552호)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는데 발굴된 유물의 특성을 볼 때 5세기 초엽부터 6세기 초엽에 걸쳐 형성된 가야세력의 수장층 고분군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가야문화뿐만 아니라 백제와의 역학관계를 밝힐 수 있는 중요 유적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부터 조사를 시작해온 영남지역에 비해 전북가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영남지역 가야유적이 고분 중심이라면 전북지역은 고분과 산성은 물론 제철과 봉수유적이 고르게 분포된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가야사 연구에 있어 폭넓은 주제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전북가야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 제고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전북가야사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11월 7일 ‘봉수왕국 전북가야 한마당 축제’가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일원에서 열렸다.

전북 가야문화권 7개 시군이 공동으로 전북가야 정체성 확립과 가야문화 확산을 위해 도민 교류의 장을 마련하였다.

봉수재현식과 발굴유물 사진전, 가야의상 체험, 문화예술공연 등 가야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로 전북가야의 상징인 봉수와 철기의 우수성을 알렸다.

또한 12월 개최되는 남원 제철유적 발굴성과 학술대회 개최를 통해 사적지정 및 세계유산 확장등재를 위한 학술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리고 향후 11월 15일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전북지역 고대 정치세력과 가야’라는 주제로 전북가야의 역사적 뿌리를 찾기 위한 학술대회가 개최된다.

더불어 17일까지 3일 동안 국립중앙박물관 일대에서는 전북, 경북, 경남이 공동 주최하는 영·호남 가야문화권 한마당 행사로 가야문화권 발전 포럼과 다양한 야외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영·호남 공동 행사개최를 통해 가야문화권 발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영·호남 상생과 화합을 위한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기대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1500년 전 백두대간에 기반을 두었던 전북가야의 긴 잠을 깨우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국정과제인 가야사의 온전한 복원을 위해서는 영·호남이 벽을 허물고 함께 가야하며, 전북가야의 역사적 가치 재조명을 위해서는 우리 전라북도 모두가 함께 가야한다.

전북가야사 연구 및 복원은 더 이상 남원과 장수만의 일이 아니다.

백제권역인 전북에서 발견되는 가야역사는 우리의 고대사를 밝혀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전북가야 역사와 문화 속에 빛나는 전북의 뿌리를 찾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동력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우리는 함께 ‘가야’한다.

/황철호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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