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의 본고장 유럽으로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霜降)이 닷새 지난 10월 29일, 제법 쌀쌀해진 새벽 공기를 뚫고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목적지는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네덜란드로 유럽의 다른 지역보다 통합돌봄의 선진지역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현재 우리시도 통합돌봄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만큼 출발 전부터 그곳의 시스템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특히 우리시는 내년부터 돌봄에 치매를 확대할 계획이어서 생동감 있는 통합돌봄의 현장을 확인하고자 11월의 바쁜 업무를 뒤로하고 길을 나서게 되었다.

통합돌봄의 발상지 유럽 우리시를 비롯한 대한민국 통합돌봄의 역사가 걸음마 수준인 것에 비해 유럽은 의료와 돌봄이 통합된 형태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의 공공건강보험 시스템, 영국의 민간기구 활성화, 네덜란드의 팜케어를 꼽을 수 있겠다.

첫 번째로 방문한 프랑스에서는 의료와 돌봄의 통합이 핵심인 공공건강보험 시스템이 노인들의 삶에 어떻게 작동하는 지를 볼 수가 있었다.

질병이나 노화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 부양 가족의 일시적 부재가 생기면 전문 보조인이 주택을 방문해 가사, 주거개선이나 휴가를 지원하고 있으며, 방문가사 도우미(Aide menagere) 제도가 있어 일상적인 가사, 간단한 건강 치료, 장보기 등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질병으로 의료치료가 필요하거나 입원이 필요치 않은 노인은 의사의 처방하에 전문 간호인의 자택 간호 지원도 공공건강보험 시스템이 자랑하는 통합돌봄의 서비스 유형이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영국은 통합돌봄에 있어서 민간분야가 활성화 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영국은 통합돌봄이 국민들의 삶에 뿌리내리는 데 『Age UK』로 대변되는 민간 분야의 역할이 매우 컸다.

즉, 민간이 설립한 기구를 통해 각 인력과 자원 등이 집결되고 행정은 이를 원활히 움직이게하는 공급자 역할에 충실했다.

여기서 공급자 역할은 보조금이라는 재정 지원과 자원봉사를 통한 간접적 지원으로 나뉘는데 특히 영국은 의사회 등 직업적 특성을 살린 자원봉사가 활성화 되어 그들을 통해 전문성 있는 통합돌봄이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천사의 도시로 불리는 우리시가 현재 20만명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자원봉사자를 자랑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반 자원봉사라는 한계도 분명히 있는 만큼 직업적 자원봉사 시스템을 추가로 확보하여 통합돌봄과 연계한다면 그 시너지는 실로 엄청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네덜란드는 돌봄농장인 패러다이스 케어팜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기도 하였는데 유럽연합(EU)이 탄생하면서 농사만 짓고 먹고 살기 힘든 영세 농장들이 새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농장에서 치매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보살펴 주고 추가 소득도 올리는 케어팜은노인복지와 농촌문제를 동시에 푸는 묘수다.

네덜란드에서는 1995년부터 본격화 해 현재 네덜란드 전역에 1,400여 개의 케어팜이 운영 중이다.

케어팜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들은 채소나 과일 따기, 동물 돌보기, 청소 등의 소소한 일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 할 수 있다.

복지 시설에 갇혀 여생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자기 집에 머무는 것처럼 농사를 짓고 요리도 한다.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은 일성으로 "치매에 걸려도, 농장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작은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단한 활력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케어팜이 돌봄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정부 지원을 통해 농장주에게 돌봄 금액을 제공하는데 이용객 증상의 종류 및 정도에 따라 돌봄금액을 차등지급 한다고 한다.

농장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까다로운 규정들을 잘 지켜야 하고 돌봄 서비스 품질도 정기적인 검사에 모두 통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즉, 케어팜 운영으로 지원 받은 보조금이 다시 농업에 투자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농업의 가치까지 향상시 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케어팜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네덜란드에선 정부의 복지서비스 중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었음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 졌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치매환자는 75만명에 달하는 데 치매환자는 12분에 1명씩 발생하고 이 같은 추세로 오는 2025년에는 100만명, 2030년에는 137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하니 케어팜 시스템에 더욱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판단된다.

특히 내년부터 치매와 돌봄의 통합을 시도하는 우리시로서는 전주형 케어팜을 마련하여 운영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단순 돌봄을 넘어 완전한 돌봄을 향해 우리시는 지난 5개월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9월 16일부터 통합돌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처음 시작되는 사업인 만큼 착오도 있고, 생각만큼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모습도 일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현장의 어려움이나 미흡한 점들은 충분히 보완해 가장 전주스럽게, 더욱 시민곁으로 다가서고자 하는 전주형 통합돌봄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이번 유럽 방문을 통해 알게 된 좋은 사례들을 더욱 연구하여 우리시의 실정에 맞는 시스템으로 안착되도록 중지를 모을 것이다.

그리하여,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건강, 즐거움, 행복이 오롯이 녹아 있는 완전한 돌봄이 하루 빨리 전주시에서 실현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민선식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