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 17주년 현대미술-전북 조각계
큰 획그어··· 서양화등 미공개작 공개

야린 배형식 선생의 평생 작품을 수록한 도록이 발간됐다.

올해는 야린 배형식 선생 타계한 지 17주년이 되는 해이다.

야린 배형식 선생은 한국 현대미술사 속에서 조각, 특히 구상조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예술가로 평가되고 있으며, 조각 불모지였던 전북의 후학양성을 통하여 전북 조각계를 일궈내 전북지역 문화·예술계에 지대한 영향과 업적을 쌓았다.

‘야린’은 야생 즉 분방하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기린을 일컫는 말로, 고 배형식 선생은 평생 몸 매무새가 아득한 초원의 기린처럼 매끄러웠고, 눈망울은 맑은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듯이 초롱초롱했다.

언제나 다정한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을 대했던 따뜻한 인품은 훌륭한 작품으로 이어졌다.

고 야린 배형식 선생은 여타 조각가와 달리, 조각을 하는데 조금도 요령을 더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조형했다.

특히 조각의 정석인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있어 정성을 다했다.

이러한 선생의 예술적 발자취를 감안할 때 야린 선생의 작품들을 도록화해 전시의 시간적, 물리적, 공간적 한계를 넘어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도처에 산재한 작품들을 정리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아 유가족들에게는 해묵은 숙제처럼 늘 부담이 되었다.

도록 발간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되겠다는 가족들의 성화 및 선생의 선후배 조각가들의 조언에 따라 선생을 추모하는 지인들의 옥고를 함께 실은 소박한 도록이 간행됐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흩어져 있고 숨겨져 있어서 본래의 가치만큼의 구실을 못하고 있는 야린 선생의 작품들을 도판화하여 선생의 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번 도록은 이제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선생의 서양화 및 판화, 소묘 작품까지 총 망라해 야린 선생의 발자취와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감해 볼 수 있다.

또 도록에는 그를 기리는 사람들의 애틋한 심정도 함께 실려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조각의 불모지였던 전북 조각의 토대를 마련하고 지역 문화예술계에 큰 획을 그은 야린 선생의 빛나는 업적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청곡 권병렬 전주예총 초대회장은 “6척의 장신이 베레모를 비껴쓰고 껑충껑충 다가오던 다정스런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전주천변 한벽루에서 다가공원까지 조각공원을 조성하는 게 그의 만년의 꿈이었다.

빛나는 그의 꿈이 후학들에 의해 이뤄지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고정수 조각가는 “엄한 아버지 밑에 효자난다는 말처럼 선생님의 엄격한 가르침에 제자들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전천후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번 책자 발간은 메마른 사회에서 흔치 않은 일로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우뚝 선 조각가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강관욱 조각가 역시 “선생은 조각가로 만족하지 않고 후진양성에 일생을 바친 교육자였다”며 “조각계 거목은 떠났으나 제자들이 스승을 뛰어넘는 위대한 조각가가 되는 것이 선생에 대한 보답이다.

창조주가 부여한 사명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족 대표 차인자씨는 “이번 도록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수고와 지원이 있었다”며 “짧은 제작기간에도 불구하고 도록이 나오기까지 불철주야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가족, 그리고 기획 편집에 심혈을 기울여주신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도록을 야린 선생의 영전에 정중히 바친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