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공장 연초박유기질비료
제조시 발암물질 방지시설
없이 배출··· 정부 환경오염
비특이성질환 관련성 인정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이 14일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이 14일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익산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 사태의 주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담뱃잎을 불법 건조할 때 나온 발암물질이라는 정부 분석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14일 환경부는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환경부는 이 자리에서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유해물질과 주민들의 암 발생 간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강농산이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로 만드는 가열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휘발돼 주민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료공장은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 원료로 쓰며 발암물질을 유발했다.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로 만들기 위해서는 건조하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담배 특이 나이트로사민이 배출됐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비료공장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발암물질을 그대로 공기 중에 배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발암물질이 무차별적으로 배출돼 마을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비료공장 내부와 마을에 대한 환경조사 결과, 사업장 바닥, 벽면, 원심 집진기 등 비료공장 내부와 장점 마을 주택의 침적 먼지에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담배 특이 나이트로사민이 검출됐다.

정부는 지난 6월 장점마을 주민의 암 집단 발병이 인근 비료공장과 관련 있어 보인다는 잠정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한 뒤 전문가 의견, 추가 연구 등을 반영해 이번에 최종 결론을 냈다.

정부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등의 특이성 질환과 달리 비특이성 질환은 질병을 유발한 요인이 다양해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이번 조사는 장점마을 주민들이 2017년 4월 17일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과 관련해 건강 영향조사를 청원하고 같은 해 7월 14일 환경보건위원회가 청원을 수용하면서 추진됐다.

2001년 비료공장 설립 이후 2017년 12월 31일까지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렸고 그 가운데 14명이 숨졌다.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익산시와 협의해 주민건강 모니터링, 환경개선 등 사후관리 계획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점마을 주민들은 “이제라도 암 집단 발병 사태에 대한 인과관계가 밝혀져 다행”이라며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초박을 비료나 퇴비 원료로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주민에 대한 사후 관리를 빈틈없이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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