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전북농협과 (사)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가 주관하여 김장 나눔 행사를 가졌다. 처가에서도 지난주에 김장을 했는데, 김장 담그는 데 참여하지 않으면 김치를 주지 않겠다는 장인어른의 단호한 의지에 배추를 절이는 과정에서부터 반강제로 김장 담그기를 하곤 한다. 
 
예로부터 김장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 주요한 연중행사 중 하나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추수한 곡식과 방 한구석을 차지한 고구마 동아리, 땅 속에 파 묻었던 김장김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어서 있는 집이건 없는 집이건 김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엔 김장을 많이들 안 하는 추세로 보여진다. 김치는 공장에서 연중 만들어지며 언제든 마트에 가면 사 먹을 수 있고, 밥 한 공기 분량의 쌀은 고작 2~300원에 불과해서 밥이 귀하지도 않다. 다이어트 열풍에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된다며 밥 먹기를 등한시하니 김치도 따라서 먹는 양이 줄 수 밖에 없다. 1인 가정이 늘고 있고 청소년들의 입맛은 김치보다는 치킨과 피자에 더욱 익숙해져 있어서 머지않아 우리 식탁에 필수로 놓이던 김치의 가치가 조금씩 퇴색해가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그래도 이 사회의 약자와 소외계층들은 여전히 김치와 쌀이 없으면 굶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올해엔 배춧값이 올라서 복지시설 등에서 김장을 하기가 버겁다며 김치 지원을 부탁한다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어제 한 3톤의 김장이 전달받는 분들에게는 소중한 겨울나기 자산일 것을 생각해 보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전북농협 노동조합이 주관하여 전북농협 전 직원이 참여하는 지역사회공헌단을 비영리법인으로 발족시킨 바 있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던 사회봉사를 체계화하고 주체를 법인화하여 본격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자 함이다.
이는 전 직원이 급여의 0.5%를 자발적으로 떼어 기금을 조성하고 봉사활동도 완전 자율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중 하나로 들어가 있을 정도로 우리 농협에서는 반드시 실천해 나가야 할 가치이다. 노동조합 활동도 조합원의 복리향상이 우선이라고는 하지만 노동운동 또한 사회운동이기에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주장하며 필요한 만큼만 가지면 된다고 하였는데, 현대인들은 차고도 넘치는 재화 속에서 더 가지려 발버둥치고 있다. 나눔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많이 있어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눔을 통해 행복해지는 건 결국 나 자신이며,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는 한국사회에서 나눔은 반드시 실천해야 할 가치임을 찬바람 나는 요즘 더욱 절실히 느껴본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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