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길러본 부모의 입장에서 최근 너무나 안타깝고 절규에 가까운 한 아버지의 외침을 듣게 되었다” 49재가 끝나기도 전인 지난달 1일, 김민식군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다시는 우리 민식이와 같은 억울하고 허망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스쿨존에 속도제한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 하고 이를 무시하고 발생한 사고에 대해 가중 처벌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홉살인 김민식군은 지난 9월 중순 충남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통해 길을 건너다 차량에 치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사고를 낸 운전자가 스쿨존 제한속도인 시속 30km이내를 무시한 채 주행하다 참변이 난 것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이 횡단보도에는 신호등도 과속단속카메라도 없었다.

1995년 도로교통법에 의해 도입한 스쿨존은 초등학교와 원생 100명이상인 유치원, 특수학교, 어린이집, 학원 정문을 기준으로 반경 500m이내 주변도로를 말하며, 이 지역에서는 시속 30km 이내로 속도가 제한되고, 불법주정차를 금지하며 미끄럼 방지 포장과 과속방지턱, 방호울타리 등 안전시설도 설치하여야 한다.

만약이지만 이 횡단보도에 이러한 시설 곧 신호등이나 과속단속카메라만 있었다면 그 안타까운 어린이의 희생을 막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되짚어본다.

어린시절 우리는 골목에서 참 많이 뛰어 놀았다.

초딩시절을 거의 골목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우리들만의 천국이나 다름없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그 골목엔 불법주차된 자동차로 가득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가까운 학교 운동장으로 가야만 한다.

여기서 우리는 방과후에도 토, 공휴일에도 스쿨존에 불법주차를 해서는 않되는 또 다른 이유를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잠깐인데 어때?” 차를 너무도 편하게 아무 곳에나 댄다.

특히 우리 아이들이 언제 어느때든 맘놓고 다녀야 할 어린이보호구역에서도 말이다.

우리는 불법주차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따지고 보면 “원칙무시”이다.

내 사정만을 들이 대면서 각종 상황논리를 펴고 있으나 이는 내 잇속만 챙기는 일종의 탐욕이라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에게 바르게 살라고 가르치면서 정치인들에게는 똑바로 하라고 야단치면서 정작 본인의 삶에서는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우리시에서만 12건의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가 발생해 11명의 소중한 어린이가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비록 사망자는 없었다고 하나 크고 작은 사고가 언제 우리 아이들을 덮칠지 모르는 일이다.

이에 우리는 올해 부지런히 시설을 보강하고 안전장치를 설치한 결과, 현재 사고발생을 3건으로 줄일 수 있었으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어린이 안전사고 제로화를 위해 시설 추가 보강은 물론 원칙을 무시하는 불법주차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많이 낳자 외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일은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불법주차와 같은 안전불감증! 잘못된 생각은 아주 작더라도 재앙으로 다가와 누군가의 혹은 나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원칙과 상식! 우리를 행복의 길로 안내하기도 하며 우리의 목숨을 구하기도 할 것이라 생각해보며, 오늘부터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도덕과 양심을 품고, 원칙과 상식을 지키려고 애써야 할 것이다.

/장변호 전주시 시민교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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