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을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기세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가 전북도와 군산시의 최근 기업유치 행보에 우려를 표명하며 건넨 말이다.

이는 지난 9일 군산상공회의소가 추진한 ‘삼성SDI 유치를 위한 탄원 서명운동 설명회’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군산상의 주최 행사지만 도와 군산시 관계자들이 참석해 삼성 SDI의 투자 유치 의미와 중요성, 탄원 서명 운동의 필요성 등을 역설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사실상 공동 서명운동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설명회의 핵심은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되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를 당부하는 자리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설명회에는 군산지역의 주요 사회단체 대표 14명이 초청됐다고 한다.

이날 공개된 탄원서에서 군산상의는 전기차 클러스터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내산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삼성 SDI의 군산 유치가 아주 절실하다며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전북에 삼성 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건설해 군산과 전북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북도 역시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부품이라고 소개한 뒤 삼성SDI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소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고, 경제단체인 군산상의를 중심으로 기업과 사회단체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고 한 공무원은 귀뜸했다.

우리는 이미 대 도민 사기극으로 까직 불리고 있는 삼성의 백지 투자계획을 잘 기억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년간 20조 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삼성이었다.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 확약을 해줘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4자간 협약도 파기하는 게 기업이다.

그런데 애초부터 이윤을 좇는 기업 입장에서 고작 탄원서 한 장에 “어려울 때 도와줬으니 고맙습니다”하고 수백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무지몽매’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기업유치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겠거니라는 생각도 해본다.

기업 유치도 지역의 발전도 아무리 양보해도 사회정의에 반해서는 안된다.

행정 역시 이를 비켜갈 순 없다.

한 방송사는 이를 두고 “군산의 안타까운 ‘이재용 구하기’”라는 부재를 달기도 했다.

정말 안타깝다 못해 자괴감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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