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정치권 6개정파 나눠져
국가예산 확보 우려감 높아
도내의원들 당 지도부 포진
송지사 예산활동 몇배더뛰어
정치권 역량총동원 예산따내
도, 14개시군별 확보예산 정리
의원별 사업 배정 지원 요청
의원 할당예산 챙기느라 분주
예결위 간사 공략 성과올려
전북예산 7조6,058억 반영결실
정세균 前의장등 범전북의원
예산협 갖고 지원사격 건의
안호영 민주 도당위원장실에
예산 베이스캠프 차려 전략짜
도 예산팀 송주섭팀장등 한몫

전북이 사상 최대의 국가 예산을 확보했다.

7조6,058억원 규모다.

연속 7조원대 예산 확보라는 의미도 있지만, 국내외적 경제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따낸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크다.

전북이 역대 최고 규모의 예산을 확보한 데는 전북도와 정치권의 유기적인 공조가 큰 힘이 됐다.

전북도의 적극적 활동과 함께 여야 정당이 고루 섞인 전북 정치 환경이 예산 확보에 주효했던 것.

2020년도 국가예산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끈, 도와 정치권의 숨은 얘기와 예산 확보의 일등공신들 그리고 예산 확보에 따른 주요 사업들의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도-정치권, 막강한 '찰떡 궁합' 과시

송하진 전북도정과 10인10색, 아니 10인 6색인 전북 정치권의 팀웍이 올해 유난히 돋보였다.

올 하반기 예산 확보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도내 정가에선 여러 갈래로 나눠진 정치권 상황을 감안해 전북의 예산 확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도-정치권의 팀웍은 위기 속에 나타나듯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찰떡 궁합이라는 단어가 잘 표현해 준다.

실제로 전북 정치는 지난 해까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당에서 갈라진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국가 예산 확보 과정에서 여야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고 결과적으로 7조원대 예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올해는 매우 복잡해졌다.

민주평화당은 민주평화당과 (가칭)대안신당으로, 바른미래당은 바른미래당과 (가칭)변화와 혁신, 즉 새보수당 등으로 나눠졌고 남원임실순창의 이용호 의원은 무소속으로 남았다.

10명의 도내 현역 의원들이 6개의 정당 또는 정파로 나눠진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소속인 송하진 전북지사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20대 국회 출범 직후에는 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 등과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하면 됐지만 올해는 매우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권의 주요 정당 지도부가 대부분 전북 출신이어서 송 지사의 일정은 몇 배 늘어나게 됐다.

송 지사는 예산 활동 과정에서 "전북 의원들이 지도부인 정당이 많아, 서울 상경 일정이 더 늘 것 같다"면서 "전북은 최대한의 예산 확보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각 정당 지도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결과적으로 여러 정파로 나눠졌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국회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 전북 지역구 의원이 제외되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여러 정파의 협력이 오히려 긍정적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실제 전북 예산 확보에 결정적 도움이 된 건, 여야의 '4+1 협의체'이었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등의 성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그리고 (가칭)대안신당 등 5개 정당은 협의체를 구성했다.

국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4+1 협의체'는 국가 예산안은 물론 선거법까지 조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4+1 협의체'에 들어간 도내 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북 예산을 집중 지원했고 좋은 성과로 나타났다.

'4+1 협의체'에는 전북 지역구인 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군산),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익산을),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정읍고창) 등 3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예산안 처리 막판, 전북 예산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고 그 예측은 사상 최대 예산 확보로 이어졌다.

특히 송하진 도정은 수시로 국회를 찾아 도내 의원들과의 예산 팀웍 강화에 주력했다.

도내 의원들은 송 지사와의 예산정책협의회를 통해 전북의 예산 활동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국회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해결해냈다.

국회 기재위원장인 이춘석 의원(익산갑)의 역할도 컸다는 평이다.

이 의원은 전북도와 예산 정보를 공유하며 내년도 예산 배정 및 전략 수립에 크게 힘을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의원들 연초부터 각 부처 상대로 예산 챙겨

국가예산은 연초부터 시작된다.

전북도는 연초부터 도내 국회의원실과 협조 체제를 가동했다.

전북 전체는 물론 14개 시군 각 지역별로 반드시 확보해야 할 사업과 예산 확보 동향 등을 정리해 의원실에 도움을 청했다.

두루뭉수리하게 예산 확보 활동을 하는 것보다, 의원 개인 별로 핵심 사업을 배당하고 집중 지원을 요청한 것.

송 지사는 물론 최용범 행정부지사, 우범기 현 정무부지사 그리고 주요 실국장들은 빈번하게 의원실을 찾았다.

이 때문에 도내 의원들은 각자의 소속된 상임위원회는 물론 가까운 관계에 있는 동료 의원들에게 자신의 할당된 예산 '몫'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대안신당 소속인 김종회 의원(김제부안)은 예산 전이 본격화하면서 "이번에는 나한테 배당된 주문이 많다.

평년보다 더 바쁘게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

김 의원은 연초부터 자신의 상임위인 농해수위 관련 공무원들을 만나 예산 협조를 당부했고 예산전이 본격화한 이후에는 여야의 예결위 간사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펼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내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다는 점에서 각 정당 그리고 정치인 개개인의 활동 폭이 더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확보하겠다는 정치권내 경쟁이 전북의 사상 최대 예산 확보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대안신당 유성엽 창준위원장은 "예산 확보를 위해선 전북 정당들이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는 기조로 일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이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에게 전북 예산 확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 건,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다.

도내 유일의 '보수' 성향인 정운천 의원(전주을)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쌍발통'을 외치며 예산 활동에 주력했다.

정 의원은 여당은 물론 야당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인맥을 통해 전북 예산 확보에 크게 공헌했다.

#숨은 공로자, 범전북 정치권과 도시군 예산팀

전북 예산을 확보하는 데에는 숨은 공신들이 많았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과제를 소화한 이들이다.

전북 예산 확보의 숨은 공로자로는 우선 범전북 정치인들을 꼽을 수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포함한 범전북 의원들이다.

정세균 전 의장,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 백재현 전 예결위원장, 신경민 서울시당위원장 등 민주당 소속 중진 인사들은 물론 심상정 정의당 대표나 초선인 김병관, 박용진 의원(민주당)도 전북 예산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

새만금공항 예산 문제가 걸렸을 때 심상정 대표가 송 지사에게 "일부 착오가 있었던 거 같은데 공항 문제를 잘 처리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고 새만금공항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심 대표는 시댁이 전북이어서 전북연고 의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실제, 송하진 지사는 범전북 의원들과의 예산협의회를 통해 전북 현안 및 예산 확보를 강력히 요청했다.

지난 7월15일에는 국회에서 범전북 즉 전북연고 의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또 8월27일에는 더욱 긴밀한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의외의 수'를 뒀다.

정책협의회는 일반적으로 국회 내에서 이뤄져 왔지만, 송 지사는 분위기를 바꿔 국회 인근 호텔에서 조식을 겸해 예산협회의를 연 것.

송 지사는 이날 "전북 연고 의원들께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예산 및 현안을 설명하는 게 도움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의원들도 전북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진 거 같다"고 말했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실에 예산 베이스캠프를 차린 전북도 및 각 시군 예산팀도 숨은 일꾼들이다.

전북도는 물론 각 시군에서 올라 온 예산 관련 공무원들은 안 의원실에 차려진 캠프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대책을 수립했다.

특히 올해 전북도 예산팀을 이끈 송주섭 사무관과 이광수, 김진화, 양대길, 이승현 주무관 등은 정치권과의 활발한 정보 교류를 통해 성공적인 예산 확보의 기반을 다져놓았다.

송주섭 팀장은 올해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 상주하는 기간, 국회 인근을 가능한 떠나지 않았다.

송 팀장과 팀원들은 "국회에 상주하는 동안 일과가 끝난 이후에도 가능하면 국회 인근에서 저녁을 먹었다"고 말했다.

송 팀장은 그 이유로 그래야 식사 후 길거리에서 정부 부처 공무원이나 의원 보좌진들을 '우연찮게' 만나 국가 예산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를 많이 듣고 그 다음 날 회의에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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