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편에 자로와 공자의 문답이 있다.

자로가 공자에게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물었는데 공자가 답하기를, “노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벗들에게 믿을 수 있게 해주고, 젊은이들을 잘 품어주고 싶다”고 하였다.

공자는 공동체 안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했던 것이다.

전주를 말하는 수식어 중‘천사의 도시’라는 말이 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기부금을 두고 사라지는‘얼굴 없는 천사’라는 각인 효과 때문이다.

‘얼굴 없는 천사’가 사람들의 많은 박수를 받는 것은‘낯냄’이 없어서다.

대개 자신의 선행에 대해 감사나 칭찬의 말 정도는 기대하기 마련인데,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무려 19년간이나 지속되고 있는 것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이다.

수혜자에게 있어 가장 마음이 편안한 나눔은 남이 모르게 하는 도움일 것이다.

기부금이나 선물을 직접 전달함으로써 보내는 사람의 마음을 전할 수도 있겠지만, 받는 쪽의 미안함 또한 크다는 점에서‘낯냄’없는 도움이 우리의 마음에 깊은 잔향을 남기는 듯하다.

천사의 도시 전주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이러한 미담을 계기로 더 많은 시민들이 이를 확대하고 공유하며 동참한다는 점에 있다.

몇 달 전에 노송동 천사마을 기부천사쉼터에서 전주시복지재단 전주사람의 첫 공식 모금활동인‘희망1004 기부릴레이’발대식이 있었다.

1004명의 전주시민이 10년 간 1004만원의 기부를 약정하여, 전주시의 복지향상을 위한 실천을 이어나가자는 릴레이 운동이다.

또, 매월 1만 1004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한‘기부천사’가 SNS를 활용해 3일 안에 3명의 기부천사를 추천하는 특별한 도전이라는 의미를 가진‘삼삼한 챌린지’라는 캠페인도 첫 걸음을 뗐다.

그 뿐만 아니라, 지역 내 6개동의 주민들이 함께 모여‘얼굴 없는 천사’의 나눔 정신을 실천하고 기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축제인 ‘천년전주 천년사랑 축제’가 올해 아홉 번째로 열려 사랑이 사랑으로 전해지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전주는 이러한 지역 분위기를 바탕으로 결식아동과 복지사각지대를 위한 엄마의 밥상, 동네복지 정책을 훌륭하게 구현해내며 지역사회의 약자를 보호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를 적극적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봉사하고 끈끈한 연대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렇듯 나눔과 사랑이 넘치는 천사도시 전주이기에, 지난 수년 간 놀라운 발전과 성장을 이룩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저소득층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며, 도움이나 나눔의 손길마저 줄어들어 마음까지 서늘해지기 쉽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주는 허전함과 쓸쓸함은 곱절로 커질 것이다.

우리가 가진 것의 작은 조각을 나누고 사랑과 관심으로 주위를 살핀다면, 따뜻한 연말을 지냄은 물론 날카로운 사회 갈등도 두루 아물어 갈 수 있으리라.

바라건대, 지금 나의 부족함을 근심하여 나누기를 미루지 말자.

옛 어른들이 말하기를, 음식을 얻게 되거든 부잣집의 것은 상했음을 염려하고, 가난한 집의 것은 걱정이 없다고 하였다.

부잣집은 먹고 남은 음식을 주는 것이고, 가난한 집은 자신들이 먹는 것을 일부러 나누어 주기 때문이다.

내가 풍족하여 주는 것과, 나도 부족하지만 나누는 것은 그 가치부터 다르다.

다가오는 새해의 기쁨을 이웃과 나누어 보기를 희망한다.

전주시 곳곳에 밝은 기운이 환하게 비칠 수 있도록.

/박병술 전주시의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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