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무용협회 브랜드 공연 ‘삼색 호두까기 인형’이 최근 익산에서 개최됐다. 도내에서는 한 해만 해도 수많은 공연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공연을 잠시 소개하면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와 무용가 마리우스프티가 1892년 초연한 ‘호두까기 인형’은 매년 연말이 되면 전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클라라와 프리츠 남매는 마법사에게 호두까기 인형 선물을 받는데 그 인형이 고장나게 된다.

마법사는 인형을 고쳐주고 모두가 잠들 때 생쥐 대왕과 호두까기인형이 전투을 벌이게 되며, 잠에서 깬 클라라가 생쥐 대왕을 막아 호두까기 인형이 승리하고 호두까기 인형은 왕자로, 클라라는 공주가 돼 요정나라를 방문하는 내용이다.

이번 무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하나의 작품을 위해 도내 문화예술단체가 똘똘 뭉쳤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은 발레 작품에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 전북무용인들을 비롯해 클나무오케스트라 등 130여명의 도내 예술인들이 참여한 대형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 공연은 올해로 3회를 맞는다. 처음 무대에 올릴 때만 해도 평소 잘 알려진 작품 ‘호두까기 인형’에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등 삼색을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세 장르가 합쳐진 무대가 다소 이질적으로 보이거나 화합이 이뤄지지 않을까란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서막은 전북발레의 미래를 책임질 꿈나무들이 출연해 귀엽고 앙증맞은 무대를 선보였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선보인 한국무용은 이채로우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뤄낸다.

한국무용에 오케스트라 반주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장면이지만 예술은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명제를 확인시키는 기회였다.

현대무용수들의 몸동작 역시 군더더기 없이 표현되었으며, 관객 입장에선 매우 색다른 무대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우리 춤의 한판이었다.

당초 발레 무용수들의 출연하는 원작을 바탕삼아 꾸며진 안무는 절묘한 조화를 통해 원래 작품 이상의 효과를 발생시켰고, 앞으로 무용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느낌이다.

2막은 당초 작품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세계 각국의 춤들이 재미있고 아름답게 선보이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성공적 작품이란 평에서 머물기엔 이번 공연의 의미는 매우 크다.

우선 전북무용인의 화합이다.

전북에서 활동하며, 같은 생각으로 한 길을 걸어 온 무용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정성스럽게 참여했으며,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 전북 무용인 130명이 현대적인 감성을 통해 전북무용계의 질적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용인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번 작품은 순수예술의 정신과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일 뿐 아니라 순수예술의 대중화를 위한 거시적 흐름의 첫 발걸음인 셈이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시대 흐름에 맞게 발 빠르게 움직인 전북무용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으며, 침체된 전북무용계의 붐 조성에 시발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무분별하게 지원되고 있는 공공기금에 관한 문제다.

최근 몇 년 동안 공공기금은 발표회 수준의 공연에도 거리낌 없이 지원돼 왔다.

이런 무분별적인 지원은 전북 예술의 양적 성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순수 예술인들의 질적 성장은 외면하는 결과로 작용한다.

공공기금 지원을 하되 좀 더 심사숙고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전북무용협회는 이번 작품은 감히 ‘브랜드 작품’이라 명명했다.

오로지 전북예술인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은 서로 다른 장르가 절묘하게 혼합되면서 예술인들의 ‘소통’과 ‘함께’ 그리고 ‘협력’을 이뤄냈다.

이제 남은 것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앞으로 전북 문화예술이 성숙되고 특히 무용예술의 대중화에 이번 작품이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가는 이유다.

/염광옥 전북무용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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