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다산의 상징
십이지 첫자리에
의학연구 래트도

쥐 지명 전국 64개
익산 원서두마을 등
도내 9곳 쓰여져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하얀 쥐의 해’다.

흰쥐는 쥐 중에서도 가장 우두머리 쥐이자 매우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데 능숙하고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쥐는 십이지에서 첫 자리를 차지하는 동물로, 방위의 신이자 시간의 신이다.

쥐는 예로부터 풍요·다산·근면·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쥐띠해에 태어난 인물은 재물복과 영특함, 부지런함을 타고난다는 속설이 있다.

우리 조상은 쥐를 혐오하면서도 의인화해 관직을 붙여 서생원(鼠生員)이라고 불렀다.

쥐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과 함께 해왔다.

쥐에는 집쥐, 들쥐, 생쥐 등이 있는데 시궁쥐로 불리는 집쥐는 아시아의 평원에서 유래했다.

집쥐는 사람의 집이나 창고, 논밭 등에서 살며 곡식과 같은 음식물을 먹으며 생활해왔고 18세기 초에 유럽으로 건너가 세계 각 지역으로 널리 퍼져 ​농사를 시작한 이후로 쥐는 사람들에게 크게 미움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들쥐 중에서는 등줄쥐(Apodemus agrarius)라고 불리는 쥐를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등줄쥐는 이마부터 꼬리 밑까지 가운데를 따라 검은 줄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산과 들의 습하지 않은 곳에 복잡한 굴을 파고 살며 우리나라 외에도 동북아시아의 곳곳에 살고 있다.

독일의 하멜른이라는 마을에 갑자기 쥐 떼가 나타나 골치를 썩이던 중 이 쥐떼를 퇴치하고 마을의 모든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림형제의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가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에 나오는 쥐 떼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간 집쥐로 문학으로 기록된 최초의 외래종 침입이라고 한다.

래트(Rattus norvegicus) 라는 종은 과학․의학적 연구를 위해 키운 집쥐의 품종이다.

​연구를 위해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된 래트는 사람과 유전적인 유사성이 80% 정도로 높고, 빠른 번식력으로 인해 실험결과를 빨리 알 수 있어 실험동물로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생명존중을 위해 동물 실험을 줄이고 다른 실험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준 쥐는 ‘영웅쥐’라고 불리는 사하라 사막에 사는 아프리카큰주머니쥐(Cricetomys gamianus)가 있다.

아프리카큰주머니쥐는 먹이를 땅속에 묻어놓고 냄새를 맡아 다시 찾아먹는 습성과 후각이 뛰어나고 영리해서 훈련을 받은 후 땅에 묻힌 지뢰를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몸이 가벼워서 지뢰를 밟아도 지뢰가 터지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국내 쥐의 지명 및 조형물>

쥐는 전국 각지의 지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쥐 관련 지명은 전국에 64개가 있으나 그중 3분의 1가량이 ‘쥐’를 의식하지 못하도록 다른 이름으로 개칭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로부터 쥐는 재물·다산(多産)·예지 등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곡식을 축내고 병균을 옮기는 등 이중적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토지리정보원 등에 따르면 쥐와 관련된 지명은 전국적으로 64개이고, 이 가운데 21개가 도서·해안 지방에 분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시·도별로는 도서·해안이 많은 전남이 25개로 가장 많고 전북 9개, 경남 6개, 경북 5개 등 순이다.

전북도내에서는 익산시 삼기면 원서두 마을은 한자의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원서두(原西豆)라는 말도 있고, 원서두(原鼠頭)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전자는 뜻풀이가 직관적인데 삼기면 서쪽에 있는 마을에서 콩을 많이 심었다는 뜻으로 쓰인다.

현재도 주민들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어 이쪽에 무게를 두는 이들이 많다.

후자는 '쥐의 머리'라는 뜻인데 먹이를 물어다가 한곳에 모아놓는 쥐의 습성을 본떠지었다고 한다.

주민들이 재물을 차곡차곡 모아 부자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마을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정읍시 고부면의 ‘등밭(登田)’은 쥐와 관련된 뜻을 찾기 어렵지만, 쥐가 밭으로 오르는 형상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영민하고 친근한 쥐는 각종 조형물로 형상화되기도 했다.

충남 서산 운산면 용장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강당골이라 불리는 곳에 쥐바위가 있다.

강당골은 쥐를 닮은 형국으로 100여개의 사찰이 모였을 만큼 불교의 성지로 불렸다.

이 일대에는 국보로 지정된 마애삼존불상을 비롯해 많은 불교 문화재가 남아있다.

강당골 옆 하천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쥐바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고양이 바위가 있었다고 한다.

하천 다리가 없던 시절 쥐 모양을 닮았던 강당골 사찰들은 번성했지만, 고양이 바위가 있는 절에는 스님들만 남을 정도로 쇠퇴해 갔다.

하지만, 하천에 다리가 생기자 쥐 바위가 있던 강당골 사찰들은 망했고 고양이 바위가 있는 사찰에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고양이가 다리를 건너 쥐를 모두 잡아먹으면서 강당골 사찰들이 망했다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강원도 강릉시 서지(鼠地)는 쥐가 흙을 파는 형국이라 쥐의 땅(서지)으로 불린다.

동해시 두타산 삼화사에서 서쪽 1.4km 학소대골 상류에 두타산성과 마주한 관음사는 산쥐들이 길을 인도해 암자를 창건했다고 해 쥐조암이라고도 한다.

광주광역시 남구 노대동과 동구 지원동 경계에 펼쳐진 분적산(해발 414.5m) 북서쪽에는 쥐봉(해발 191.5m)이 자리 잡고 있다.

보름 때 쥐불등에서 쥐불놀이를 했다고 해 붙여진 지명이다.

쥐봉의 오른쪽에는 벼를 베어 일시적으로 쌓아놓은 모양처럼 생긴 노적봉(해발 235.6m)이 있고, 왼쪽에는 쥐봉의 쥐를 쫓는 고양이 형국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은 괘봉(해발 240.1m)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와 송정 해수욕장에는 쥐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 포토존이 조성됐다.

가로·세로 각각 2m 크기 액자형 포토존 옆으로 쥐 캐릭터 3마리가 '2020'과 화살표 모형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액자 위에는 ‘해운대랑 2020 경자랑’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도 쓰였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는 포항지역 설화 주인공인 연오랑세오녀 형상과 쥐띠해를 알리는 새해맞이 포토존을 만들었다.

포항시는 또 해맞이 행사를 하는 호미곶에 호미곶의 상징인 ‘상생의 손’ 크기만 한 쥐 모형을 세워 경자년을 기념한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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