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 절도 범인 검거

범행 며칠전부터 주민센터서
번호판 휴지로 가린채 잠복
주민 차량번호 적어둬 검거
결정적··· 제보자 경찰 표창

전주 ‘얼굴 없는 천사’ 성금 절도 피의자들은 사업자금 때문에 성금을 훔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범인들은 불과 ‘43초’ 만에 범행을 끝내고 현장에서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전북지방경찰청이 공개한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 CCTV 영상에는 A(35)씨와 B(34)씨의 범행 장면이 낱낱히 담겼다.

전주완산경찰서는 특수절도 등 혐의로 A(35)씨와 B(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전날 오전 10시께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주민센터 뒤편 ‘희망을 주는 나무’ 아래에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기부금 6천여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얼굴 없는 천사의 매년 기부가 이번에도 이뤄질 것으로 예측상하고 범행을 모의했다.

조사 결과, A씨 등은 지난 26일 오전 7시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주민센터 인근에서 대기한 데 이어 범행 당일 오전 2시부터 8시간 동안 노송동주민센터 근처에서 잠복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에 쓰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번호판은 A씨 거주지인 논산에서 전주로 내려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물이 묻은 휴지로 가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평소 동네에서 눈에 띄지 않던 SUV를 수상하게 여긴 노송동주민센터 부근 주민이 차량 번호를 적어뒀다가 경찰에 제보함으로써 A씨와 B씨는 도주 4시간여만에 전북경찰청과 충남경찰청의 공조로 충남 논산과 대전 인근에서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오만원권 지폐 100장을 묶은 다발 12개와 돼지 저금통에 든 동전을 합한 6천16만2천310원, 그리고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A4용지 등을 회수해 조만간 노송동주민센터에 넘길 예정이다.

A씨 등은 경찰에서 “유튜브를 보니 얼굴 없는 천사가 이맘때 오는 것 같더라. 사업 자금이 필요해서 (천사를) 기다렸다가 돈을 훔쳤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A씨가 고교 후배인 B씨에게 범행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에게 전과는 없고 수법이 여느 지능범들처럼 치밀하지 못했다. 그러나 훔친 금액이 비교적 많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피의자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한 주민이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주민 제보로 쉽게 용의 차량을 특정하고 추적에 나설 수 있었다. 차량 번호가 담긴 메모를 준 주민에게 범인 검거 유공을 인정해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제보자의 신원 노출 등을 우려해 표창 수여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제보자는 전날 오전 10시 40분께 성금 절도 신고를 받고 노송동주민센터에 출동한 형사들에게 용의 차량이었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번호가 적힌 메모를 줬다.

당시 제보자는 “지난주부터 동네에서 보지 못한 차가 주민센터 주변에 계속 세워져 있었다”며 “아침에 은행에 가는데 차량 번호판이 휴지로 가려져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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