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없는천사 성금 도난사건

도주 차량번호 적어둔 주민
제보··· 충남경찰 공조 추궁
자백 받아내 4시간만 검거
특수절도혐의 구속영장

2일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얼굴없는 천사'의 도난당했던 기부금을 경찰에게 인계받아 액수를 확인하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는 '소년소녀가장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과 함께 6016만 2310원의 20년째의 성금을 보내왔다./이원철기자
2일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얼굴없는 천사'의 도난당했던 기부금을 경찰에게 인계받아 액수를 확인하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는 '소년소녀가장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과 함께 6016만 2310원의 20년째의 성금을 보내왔다./이원철기자

사업자금이 필요했던 A씨(35)는 유투브를 통해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사연을 듣고 후배 B(34)씨에게 범행을 제안했다.

범행을 공모한 이들은 지난달 26일 오전 7시부터 27일 오후 6시까지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 주변에서 잠복하며 성금을 기다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논산으로 돌아간 이들은 이틀이 지나 월요일인 지난달 30일 논산에서 자정 무렵 출발해 오전 2시쯤 노송동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이들은 전주 오는 길에 휴게소 화장실에 들러 화장지에 물을 묻혀 차량 번호판을 가렸다.

이전에는 번호판을 가리지 않았다.

그전에는 간과했던 CCTV를 떠올렸던 것.

이후 8시간 동안 차량에서 기다린 이들은 마침내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훔쳤다.

이들은 불과 ‘43초’ 만에 범행을 끝내고 현장에서 유유히 사라졌지만 범행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 25분과 2시 40분쯤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각각 붙잡혔다.

“이틀 전부터 주민센터 근처에서 못 보던 차가 있어서 차량 번호를 적어놨다”는 주민의 제보가 결정적 단서가 됐고 경찰의 전광석화 같은 공조 수사도 빛을 발했다.

제보자는 출동한 형사들에게 용의 차량이었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번호가 적힌 메모를 줬다.

당시 제보자는 “지난주부터 동네에서 보지 못한 차가 주민센터 주변에 계속 세워져 있었다”며 “아침에 은행에 가는데 차량 번호판이 휴지로 가려져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은 사건 당일 주민센터 측의 신고를 받자마자 전국에 수배령을 내렸다.

평소 A씨를 알고 있던 충남경찰청 소속 한 형사가 A씨에게 ‘너 어디냐.

지금 만나자’고 전화를 했고 훔친 돈을 가지고 논산 쪽으로 도주하던 A씨는 기겁을 했다.

그는 훔친 성금을 B씨에게 맡기고 대전 유성에 있는 한 커피숍에 내려줬다.

그리고 계룡시 모처에서 해당 형사를 만났다.

A씨는 처음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다가 형사가 집요하게 추궁하자 결국 자백 후 체포됐다.

커피숍에서 오매불망 A씨를 기다리던 B씨도 체포됐다.

경찰이 확보한 A4용지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100장씩 각 500만원) 12묶음과 동전이 담긴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적힌 편지도 있었다.

다행히 손실은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들이 도주 과정에서 붙잡혔기 때문에 훔친 돈을 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주지법은 이들에 대해 “도망 염려가 있다며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예년과 같이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분쯤 ‘발신번호 없음’으로 주민센터에 “천사공원 내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놨으니 살펴 보세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천사공원에 달려갔지만, 성금이 든 상자는 없었다.

이후 ‘얼굴 없는 천사’는 4.5분 간격으로 세 차례 더 전화를 걸어 “(주민센터) 뒤쪽에 상자가 있다”, “성금을 찾았느냐”, “물건 아직 못 찾았냐”며 상자 위치를 재차 알려줬지만, 성금 상자를 발견하지 못하자 주민센터 측은 결국 오전 10시 37분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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