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2차례 총리직 수행
정세균후보 총리인준땐
전북 '8번째' 총리 탄생

SK 화합-통합 리더십에
판단력-정치의리 더해
장관-6선의원-의장 역임

고대 총학생회장 선거
노무현 대선후보 지지
당 의장내려놓고 장관行
텃밭내주고 종로출마 등
고비마다 과감히 승부

문정부 두번째 총리땐
힘있는 책임총리 기대
고사속 수용이유 해석
내각 전북힘 강화될듯

전북 출신의 국무총리 후보자 정세균 의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 7, 8일 양일간 국회에서 진행됐다.

청문회가 끝나고 내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예상된다.

국회 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 이상이 출석하고 재석 의원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된다.

산술적으로는 국회의원 148명의 찬성을 얻으면 되는데,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가칭)대안신당+정의당 등이 연대하면 자유한국당이 반대해도 총리 인준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정세균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은 정세균 총리가 인준되면 역대 8번째 전북 출신 총리 시대가 열린다.
/편집자주



전북 출신의 역대 총리는 모두 6명이다.

5공화국에서 제16대 김상협 총리, 17대 진의종 총리, 서리 이한기 그리고 김영삼 문민정부에서 제25대 황인성 총리 그리고 고건 총리가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30대, 35대 총리를 지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선 제38대 한덕수 총리가 나왔다.

정세균 후보자는 전북 출신으론 8번째이며 인물로는 7번째다.

고건 전 총리가 두 번 총리를 지냈다.



/ '책임총리' 기대되는 정세균, 승부처마다 '승부수' 던졌다 /

정세균(SK) 총리 후보자는 화합의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평가돼 왔다.

'미스터 스마일'으로 불릴 만큼 온화한 미소 속에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장점이다.

국회의장까지 지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이러한 품성이 SK의 강점이다.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것도 이런 성품 덕으로 보인다.

하지만 SK의 장점은 다른 데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정 후보자의 강점은 승부사적 기질과 냉철한 판단력 그리고 '정치적 의리'다.

SK는 전형적인 외유내강 형으로, 부드러운 외면과는 달리 속은 매우 강하다.

지금까지의 정치 이력을 보면 왜 외유내강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주요한 고비, 승부처에 설 때마다 SK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 승부수들이 모두 적중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섰다.
 

#1973년.

고려대 법대 71학번인 SK는 총학생회장에 출마하기로 결심한다.

고려대의 맥이 호남 기반이기는 하지만 전북 출신의 총학생회장 도전은 당시 매우 무모했다고 한다.

이미 타 지역 출신들과 광주전남권에서 탄탄한 후보들이 나왔고, 숫적으로 불리한 정세균이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정세균은 다른 후보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결국 대역전극을 펼치며 총학생회장으로 선출됐다.

SK의 막역한 친구는 이 사례를 전하면서 "겉은 부드럽지만 속은 매우 강하고 집요하며, 목표를 이룰 때까지 총력을 다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1998년.

제2회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진안무주장수 지역구 의원이었던 SK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과감하게 공천했다.

하지만 지역 텃밭을 지켜 온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무소속 후보는 진안 임수진, 무주 김세웅이었다.

이들이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SK는 그 간의 벽을 허물고 이들과 마음을 터 놓기로 했다.

그리고 손을 잡았고 4년 후 치러진 2002년 지방선거에선 임수진, 김세웅 모두 민주당 공천장으로 당선됐다.

그 이후 지역에는 탄탄한 SK 지지세력이 구축됐다.

정 후보자가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국회 4선을 하는 동안 임 군수 등은 SK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2002년.

12월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노무현 대선 후보와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선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위한 TV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며칠 전 SK를 포함한 의원들 그리고 기자들 일부가 저녁자리를 가졌다.

이 당시 당내 여론은 노무현 후보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적지 않았고 이 자리에서도 의원들은 대선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그러다 이날 더 늦은 저녁시간에 노무현 지지 긴급 모임이 열렸다.

의원들이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SK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SK는 "이미 당 후보로 선출됐는데 지금 지지율이 낮다고 모임에 가지 않는 건 정치인으로서 의리가 아니다.

어찌됐든 노무현 후보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SK는 지지 모임으로 갔고 다른 참석자들은 저녁자리를 그대로 이어갔다.

노무현 정부가 열리면서 SK가 중용된 건, 정세균 본인의 역량과 함께 이 같은 정치적 의리가 주 배경이 됐다고 할 수 있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집권당인 열린우리당에서 의장 즉 현재의 대표를 지내던 SK는 의장을 그만 둔 후 제9대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된다.

당시 여당 대표가 행정부 장관으로 가는 것에 대해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SK는 "국내외 경제를 위해선 실물경제를 아는 정치인이 필요하다"면서 장관직을 수행했다.

장관직에서 내려온 정세균은 2007년 다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되고, 2008년에는 민주당 대표가 된다.


#2009년.

국회의원 재보선이 전주에서 치러지면서 정동영(DY) 전 대선 후보에 대한 당 공천 문제가 최대 관심사였다.

정세균 대표는 당시 DY에게 수도권 출마를 권했고 이에 대해 양 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최종 회의에서 'DY 전주 공천 배제'를 결정했다.

동시에 SK는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 탈호남, 지역구를 서울로 옮기겠다"고 충격 선언했다.

SK는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이전하고 2012, 2016년 총선에서 연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실제로 서울 종로에서 홍사덕, 오세훈 등 야권 거물 후보와 맞대결을 펼친 정세균은 이들을 모두 꺾으면서 정치권내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고 결국 20대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런 수많은 정치 승부처에서 SK는 과감히 승부수를 던졌다.

그래서 주변인들로부터 SK는 전형적인 외유내강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실제 주요 사안의 핵심을 정확히 분석한 뒤 최선의 길을 선택하고 이미 결정된 사안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SK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정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의 두 번 째 총리에 오른다면 힘 있는 '책임총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총리라는 의미다.

정 후보자는 국회의원 6선에 장관, 국회의장까지 모두 역임하고 국내는 물론 국외 활동 폭도 넓다.

책임총리가 되면 역대 총리에 비교할 때 가장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측근들은 SK에게 총리 지명 수락을 수차 요청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이를 계속 고사해 왔다.

국회의장이 총리로 가는 것에 대한 삼권분립 문제, 그리고 SK 본인의 '마지막 행보'에 다소 수정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 정 후보자가 총리 지명을 받아 들인 이유는 뭘까? 문 대통령은 SK에게 '책임총리'라는, 실질적 권한을 주면서 내각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가 여러 고민 끝에 총리 지명을 받아들인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4.15 총선이 끝나면 우리 사회 전반을 내각이 컨트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재인 정부는 외교 등 총론에 주력하고, 각론은 내각이 챙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 후보자가 총리로 인준되면 전북 출신 인사들도 더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은 인구수나 경제규모 면에서 타 경쟁 지역에 비해 열세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내각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전북의 힘이 강화될 수 있다.

정 후보자는 지난 6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렸던 '2020 재경전북도민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가장 바쁜 시간이었지만 SK는 이날 축사를 통해 전북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나타냈다.

정 후보자는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보면서 "만일 총리에 지명된다면 김 장관이 내각에서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김일현기자 khe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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