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과 테이프가 사라진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

박스에 붙어있는 테이프와 끈이 환경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올해부터 사용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도내 대형마트 한 소비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객센터로 가더니 직원에게 테이프를 요구했다.

올해부터 끈과 테이프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했다.

직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테이프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만을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애꿎은 직원들에게 화만 내고 돌아서 버렸다.

새해를 맞은 마트 자율포장대 앞 풍경은 모습은 시행 일주일d 지나서도 홍보 부족 탓에 실랑이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또 다른 마트는 장을 본 사람들이 테이프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포스터가 붙은 자율포장대 앞을 서성거렸다.

이들은 박스를 접어 물건을 넣은 뒤 들어보곤 다시 빼기도 했다.

박스에서 물건이 떨어질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는 물건을 넣은 박스가 풀리면서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가 사라진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테이프를 사서 종이박스 포장에 쓰거나 심지어 집에서 테이프를 가져오기도 하는 등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프로 인해 종이박스 재활용이 어렵다면 종이테이프 친환경 소재 등을 비치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화되기 어렵다.

자율포장대를 운영하면서 테이프, 끈, 박스 등의 비용을 줄인 대형마트에서 추가 비용을 들여 종이 테이프를 비치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테이프와 끈으로 종이박스 사용이 줄어들어도 플라스틱 소재 장바구니가 오히려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대형마트에서 종이박스를 이용한 시민들은 집에 이미 2~3개의 장바구니를 가지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마트에서 대여·판매하는 장바구니 소재들도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라 재사용 횟수가 적으면 오히려 환경에 더 악영향이 클 수도 있다.

환경을 지키는 것도 좋다.

그러나 폐기물 저감 노력이 국민의 불편을 담보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환경보호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나 법 시행 전 얼마만큼이나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 따져야할 것이다.

적어도 이번엔 이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돼 국민의 불편·불신·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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