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여성 경찰관을 강간한 뒤 동영상과 사진을 촬영해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순경이 첫 재판에서 강간 혐의를 부인했다.

10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고승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소속 A순경 측 변호인은 “성관계 과정에서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며 “강간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촬영해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주변에 ‘피해자와 잤다’고 말한 혐의는 인정한다”며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는 합의 의사가 전혀 없다. 재판이 빨리 종결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 피해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3월 11일에 피고인이 퇴정한 상태에서 비공개로 피해자 심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전주지검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성폭력 전담 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하고, 직권으로 피해자를 위한 국선변호사를 선정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야 할 경우를 대비해 피고인과 마주치지 않도록 비공개, 비대면 심리를 재판부에 신청했다.

A순경은 지난 2018년 8월께 함께 근무하는 동료를 완력으로 제압해 성폭행하고 그가 속옷 차림으로 누워있는 모습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이를 다른 경찰관에게 보여주는 등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진도 성폭행 후 10개월가량 지난 뒤 경찰서 안 숙직 공간에서 몰래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A순경은 다른 경찰관들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동료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순경이 근무하는 경찰서에서 떠도는 풍문을 조사하던 중 신빙성 있는 여러 진술을 확보하고 강제 수사에 착수했었다.

A순경은 영상 촬영 등 혐의 일부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A순경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은 A순경이 동기들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에 해당 영상을 올린 정황을 수사했으나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A순경 아버지가 아들이 촬영한 영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를 도내 한 저수지에 버린 것으로 보고 수색했으나 이 역시 확보하지 못했다.

A순경은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고, 사진을 보여준 것도 고의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참고인들의 일치된 진술과 이미 확보한 A순경의 범행 관련 행적 등을 바탕으로 재판에서 그의 범행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보고 성폭력 범죄 처벌특례법상 강간·카메라 이용 등 촬영,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A순경이 피해자를 성폭행하고도 마치 합의 하에 성관계한 것처럼 여러 사람에게 공연히 알려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도 판단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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