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해 설날을 며칠 앞에 두고 각 언론매체 문화면에는 두 명의 남자가 “최고 그리고 시대를 앞서간”이란 글로 기사를 덮고 있다.

그 주인공은 봉준호와 양준일이다.

봉준호는 한국의 영화감독으로 일찍이 관심을 받아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2020년 오스카 상 6개 부문 후보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양준일은 2019년 12월 종편 방송의 출연을 계기로 1990년 데뷔시절 30년을 앞서간 음악인으로 관심과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과연 그들은 천재의 때늦은 발견인가?

우리가 잘 아는 모차르트를 이야기 해보자. 클래식의 천재로서 가장 많은 음악 애호가들을 클래식으로 입문하게 만든 모차르트는 처음부터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독창적인 작품을 작곡한 천재는 아니었다.

어릴 적 그에게는 뛰어난 교육자이자 매니저인 아버지가 있었고 신동에게 호의적이었던 귀족 사회가 있었다.

그리고 모차르트는 음악 공부와 연습에 매진한 노력파였다.

성인이 돼 그가 작곡한 작품들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기울여 온 엄청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모차르트는 자신이 쓴 편지들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손가락이 휘어질 정도로 밤낮으로 연습에 몰두했다.

모차르트의 작품들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최소 10년간의 연습 기간을 거치면서 조금씩 작곡 실력을 향상시키고 작품의 질을 높여갔다.

모차르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상상하는 천재는 없다.

엄청난 재능을 갖고 태어나 배우지 않고도 알고 사회적 환경과 관계없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세상을 바꾸는 그런 천재는 없다. IQ도 천재를 식별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천재라고 불린 사람들은 모두 환경의 도움을 받으면서 많은 노력을 한 사람들이다.

영화감독 봉준호 또한 한편의 작품을 위해 지난날 수백, 수천, 수만 번의 필름을 돌렸을 것이고 대중 가수인 양준일 또한 한 곡을 무대 위로 올리기 위해 노래와 안무의 연습을 수천, 수만 번 거쳤을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몇 년 전 유럽의 일간지 르몽드는 <유럽을 덮친 한류>라는 기사에서 “일본과 중국에 끼인 것으로만 알려졌던 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 수출로만 알려졌던 나라가 이제 자국의 문화를 통해 자신을 알리고 있다”라고 K-pop 진출을 알린 적이 있었다.

이 후 우리 한국은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태권도, 한복, 한식, 국악 등 다양한 방면으로 세계 중심을 파고들었고 그러한 노력과 인내는 다시금 오늘의 봉준호와 양준일을 만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예컨대 영화 속 냉철한 사회비판은 <오발탄>의 유현목 감독을 연상시키고 그러면서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 같은 상업주의를 놓치지 않았으며 김수용 감독의 <만추>가 가진 감각에다 이만희 감독의 <여로>의 연금술을 겸비했다 할까.

<기생충>도 김기영 감독이 <하녀>에서 보여준 가족 간의 관계와 인간의 속물성을 마치 외과의사가 집도하듯 날카롭게 스크린에 옮겼더군요”라고 김종원 원로 평론가는 논하며 봉준호의 쾌거는 다양한 선배들의 100년 시행착오 위에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양준일 또한 1978년 미국으로 이민 후 다시 1990년 귀국하여 한국어학당을 다니며 발음 교정과 더불어 작사, 작곡, 편곡, 무대 퍼포먼스 등 다양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으며 어릴 시절 그가 체험하고 터득했던 서양의 문화를 접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퍼포먼스로 다시금 재창조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시행착오, 체험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과 노력, 인내가 있었기에 그들은 지금 한국 문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영화, K-pop 또한 그렇지만 이제 문화적 동기부여를 ‘made in’<제조국>보다는 ‘made by<제조자>로 더 생각할 때가 됐다.

수많은 문화와 기호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러한 제조자의 역할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며 제조자의 천재적 과정은 그렇게 후배들에게 전해지며 다양한 문화의 국가경쟁력으로 표출될 것이다.

다가오는 2월 미국 문화의 심장부에서 영화 <기생충> 수상을 기대하며 또한 30년을 앞서간 양준일의 노래가 전 세계의 무대를 중심으로 활발히 퍼포먼스가 펼쳐질 날을 희망하며 그들의 창의적인 노력과 인내에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김용호 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한국학 박사(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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