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앞둔 남부시장

차례상 간소추세-우천 겹쳐
60대이상 소비자 주로 찾아
"젊은층 유인 고민 필요해"

“시대도 변하고 경기도 어렵다 보니 설 명절 분위기가 예전만 못해요. 이제 ‘명절 대목’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셈이죠.”

설 연휴를 이틀 앞둔 22일 오전 10시 전주남부시장의 분위기는 한산했다.

중소기업 지원기관과 협·단체에서 연이어 시장을 방문해 설맞이 전통시장 활성화 캠페인을 펼친 덕분에 미약하나마 명절 분위기가 살아나나 싶더니 도루묵인 모양새다.

여기에 갑자기 내린 비로 기온마저 뚝 떨어져서 그런지 시장 곳곳에 부는 바람은 유난히도 매서웠다.

이맘때면 발 디딜 틈조차 없어야 할 남문 축산물 도소매점도 예년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도 아직 하루가 더 남았다면서 명절에 인기가 많은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손질하던 이곳 직원은 “명절 차례상을 간소화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예전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도 썰렁한 것 같다”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한복, 주단, 잡화점이 즐비한 시장 안쪽의 분위기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이 눈에 띄었으며, 문을 연 상점도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주인들 대부분 텔레비전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한복집 주인은 “그래도 명절이면 손자 손녀를 입히려고 한복을 찾는 손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올해는 거의 없다”며 “장사가 안되니 문을 열어놔도 재미가 없다. 올해는 명절을 코앞에 두고 비까지 오니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더 줄지 않겠느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청과물, 수산물 상점들이 자리한 천변과 명절을 맞아 노점이 들어선 매곡교 인근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55번 생선집은 동태포를 뜨느라 분주했고 노고단식품, 아가씨콩나물 등도 손님과 흥정도 하고 덤도 내주느라고 바쁘게 손을 놀렸다.

하지만 대부분 평소보다 분주할 뿐 설 명절 연휴를 이틀 앞둔 것치고는 썰렁한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명절은 명절이다’, ‘대목’이라고 표현했던 일부 상인들도 가뜩이나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는데 비까지 내린다면서 장사할 맛 안 난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빗방울이 굵어질수록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자 상인들은 표정은 더욱더 어두워졌다.

12년째 남부시장에서 사과, 배 등을 판매한 청과물 상점 주인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서 그런지 이전에 단체 구매하던 단골기업들도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명절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과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젊은 층의 소비자를 볼 수 없다는 점도 전통시장 입장에서는 고민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전 같으면 심심치 않게 보였던 30~40대 소비자는 30~40분 동안 단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60대 이상의 고령 소비자가 주를 이뤘다.

설 차례상 준비를 하러 나왔다는 임영자(58·전주시 중화산동) 씨는 “10여 년 넘게 전통시장을 이용해 왔는데 주변에서 아직도 전통시장 가느냐고 말하더라. 사실, 이렇게 비가 오고 추운 날에는 이용하기 불편하다”며 “그래도 시장에는 정이 있다. 전통시장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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