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검사사칭 남성에 430만원
전달 11시간 통화 후 사기알아채
3일후 극단적 선택 경찰 수사
父 청국민청원 피해예방 호소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돈을 빼앗긴 20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 경찰이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된 것을 확인하고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12일 순창경찰서에 따르면 A씨(28)는 지난달 20일 자신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라고 소개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당신의 계좌가 대규모 금융사기에 연루돼 있으니 돈을 인출하라”고 A씨를 속였다.

그는 A씨에게 조작된 검찰 출입증과 명함을 찍은 사진을 보내 안심시키고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다.

전화를 끊으면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는다고 협박도 했다.

A씨는 은행에서 430만원을 인출, KTX를 타고 서울로 가 이 남성이 지시한 곳에 돈을 뒀다.

남성은 A씨를 여의도의 한 카페로 이동하도록 한 뒤 돈을 챙겨 달아났다.

무려 11시간에 걸쳐 이 남성과 통화한 A씨는 뒤늦게 사기임을 알아챘고 이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A씨 부모는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A씨가 며칠 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돈을 뜯긴 사실을 확인하고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뒤를 쫓고 있다. 범죄와 A씨의 극단적 선택 사이 연관성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의 아버지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피해예방과 처벌강화를 호소했다.

그는 이날 오전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얼마 전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아버지로서 이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국민 여러분께 나누고, 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한 것”이라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그는 “아들은 평소 성품이 온화하고 마음이 여려 대학에서도 다리가 불편한 친구의 휠체어를 끌고 4년간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우애를 쌓아 대학 신문에 실리기도 했던 아이”라며 “그런 아들은 행여 수사에 누가 될까 (사칭) 담당검사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실수로 통화가 끊기자 본인에게 다가올 처벌을 기다리는 동안 불안과 초조에 떨며 스스로를 질책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님 말씀이 두려워 그 어떤 친구나 친지, 부모에게도 논해보지 못했고, 결국 사건이 벌어진지 3일 만에 옥상으로 올라가 가슴 아픈 결단을 하게 된 것”이라며 “보통 이런 경우 어리숙했다고 쉽게들 판단하지만 행정안전부 통계상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1년에 약 2만 여명에 달하는데 이들을 모두 그저 ‘운이 없었다’, ‘어리석었다’ 말할 수 있는 것이냐”라고 밝혔다.

또한 “천지에 널려 있는 보이스피싱 사례를 보고도 이 사회가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 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피해 사실을 널리 알리고 가까운 이웃과 가족들이 이런 분통한 죽음을 겪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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