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의미 있는 수상소감이다.

봉준호 감독은 자막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관객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시선과 이해도를 높이도록 ‘서울대 문서위조학과’를 ‘옥스포드 문서위조학과’로, ‘짜파구리’를 ‘람돈(Ram-don)’으로 변경하는 듯 사소한 발견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영화의 맛을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로 뻗은 사소한 발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감독이 관객에게 자신의 취향대로 끌고 오는 것이 아닌 위트로 관객이 감독의 의중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마치 감독과 하나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이는 완강기 교육에서도 중요하다.

감독 역할을 담당하는 안전강사가 관객 입장의 피교육자에게 사용법을 알려주고 완강기는 ‘생명의 줄’임을 강조하고 사용법을 행동으로 실천해 줄 것을 바라는 것은 앞으로 피교육자가 화재 발생으로 완강기를 이용하여 대피를 할 것이라는 강사의 믿음이 투영된 결과이다.

피교육자는 지금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완강기에 관심을 보이고 ‘저런 피난 장비가 있구나!’쯤에서 멈추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교육이 끝나면 당분간은 다중이용업소, 아파트, 숙박시설에서 완강기를 발견하면 신기하고 잔상으로 남은 사용법을 되짚으며 지금 당장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완강기를 이용하여 대피 할 수 있는 자신감에 휩싸일 것이다.

하지만 평온한 시간이 흐르면 시각공간지능이 무뎌지고 평소처럼 무심코 지나칠 확률이 높다.

정작 필요할 땐 긴장감에 눈앞이 깜깜해지고 머릿속이 하얗게 번져 우왕좌왕하다 고립되고 조바심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렇다면 효율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는 완강기 교육법은 무엇일까? 무의식 속에 연상법을 활용해 완강기 사용법을 기억에 남기는 방법이 있다. 복잡하게 완강기 장비 설명을 떠나 누구나 ‘곤드레’하면 ‘만드레’가 자연스럽게 입에서 맴도는 것처럼 ‘걸고, 던지고, 조이고, 탈출하고’를 리듬감에 실어 뇌리에 쏙쏙 새기는 것이다. 또한 엘리베이터, 다중이용시설 등 생활공간에 완강기 사용법 영상과 배너를 설치해 노출 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시각적으로 익혀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실천되는 교육과 홍보에 총력을 기울여 인명피해 저감에 앞장 설 것이다.

또한 완강기 사용에 있어 장벽은 두려운 마음이다. 사용법을 숙지하였다고 두려운 마음을 지울 수는 없다. 로프에 몸을 맡길 정도의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체감형 안전체험 교육장을 운영하여 누구나 쉽게 배우는 「fool proof」(바보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교육방법) 방식 위주로 진행하고 완강기 피난시설 불법 방치 행위 신고창구를 운영하여 완강기 지지대 탈락·부식·방치 등 관행적 위반행위를 발굴하여 개선조치를 통해 건축물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이바지할 방침이다.

1인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봉준호 감독은 더 큰 세상을 위해 한 발 더 정진할 것이다. 완강기 역시 창가의 1인치 장벽을 넘어 안전세상 품으로 안길 수 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인지하고, 행동하는 완강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완강기는 당신의 두려운 마음의 무게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다.

/백승기 고창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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