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어린이 눈높이
교육적내용 수록-우리고유시어 포함돼 눈길

유응교 시인의 동시조집 ‘기러기 삼형제’가 발간됐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시집답게 커다란 글씨와 제목에 어울리는 사진들이 눈에 띈다.

‘파아란/ 가을 하늘/ 빙빙빙 잠자리 떼/ 빠알간/ 색칠하며/ 무엇을 그리나요/ 해님이/ 놀다 간 자리/ 저녁노을 그리죠’(고추잠자리) 저자는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동심으로 되돌아간다.

가을하늘은 파랗고 여기에 빨간 저녁노을은 무척 대조적이다.

하지만 파란 가을하늘과 빨간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뛰놀고 있는 어린이들을 상상하며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킨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건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배고픈 줄도 모른 채 뛰놀던 그 때 그 시절 말이다.

‘비탈길/ 차 바퀴에/ 사고 난 버스 기사/ 여고생/ 언니들이/ 기사님 구했어요/ 지나다/ 어려운 일 보면/ 저도 앞장 서겠어요’(용감한 언니들) 어린 시절 동심의 이야기 뿐 아니라 교육적 내용도 빼놓지 않고 보여준다.

인정 많던 시절에는 이웃의 어려움이 곧 나의 어려움으로 알고 서로의 손을 내밀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의 정이 점점 사라지면서 우리 사회는 어느 순간 살기 팍팍한 세상이 됐다.

이웃이 어려워도 애써 외면했다.

사람의 정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콘크리트 같은 무정함이 대신했다.

등하굣길에 만날 수 있는 버스사고는 어린 학생들에게 위험한 순간으로 다가오지만 우리의 용감한 언니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위험에 처한 버스기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시를 읽은 어린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저자 역시 이를 의도한 작품으로 여기고 싶다.

특히 이 시조집은 우리 선조들이 가꾸고 다듬어 온 우리 고유의 시어가 포함돼 의미가 깊다.

일정한 정형 속에서 제한된 글자 속에 모든 생각을 담고 있다.

이런 시조를 꾸준히 써보면 흥미롭고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여러분이 바라보는 모든 사물이나 자연과 하나가 돼 맑고 깨끗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을 보면 새의 마음이 되어보고 산과 들에 핀 꽃들을 보면 꽃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마음 속에 느낌이 오며 그 때 떠오른 생각을 적으면 동시, 동시조가 된다”고 밝혔다.

저자 유응교 시인은 전남 구례 출신으로 육군공병학교 교관, 전북대 학생처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북대 건축과 명예교수다.

‘세계건축작가론’ 외 5권, ‘전북의 꿈과 이상’, ‘얘들아 웃고 살자’, ‘그리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름다운 침묵’ 등이 있고 동시집 ‘까만 콩 삼 형제’, ‘별꽃 삼 형제’ 등을 발간했다.

한국예술문학 대상, 해양문학상, 전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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