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작품-감독상 등
아카데미 4관왕 거머쥐어
박사장 집-가든파티
수도-전기-고가 정원수
디테일 살려 완벽히 창조
영화 60% 촬영 전주 관심

상림동 전주영화촬영소
5만6,800여㎡ 부지에
스튜디오-야외세트장
국내 유일하게 갖춰
'남산의 부장들' 안가 등
잇따라 촬영 풀가동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지난 9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로스앤젤러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까지 주요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기생충’의 이번 이례적인 수상 소식과 더불어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촬영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와 더불어 영화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전주가 관심을 받고 있다.

전주는 예로부터 영화의 고장으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최근에는 다양한 영화들이 전주를 중심으로 전북에서 촬영하기 시작했고, 아예 영화종합촬영소를 만들어 로케이션을 유도하기도 했다.

여기에 독립영화를 지향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20년을 유지하면서 영화의 고장임을 굳건히 하고 있다.

특히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하면서 전주에서 촬영된 영화들과 촬영장소가 관람객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편집자주


 

전주는 영화의 도시답게 1년 내내 도심 곳곳에서 영화촬영 및 상영이 진행되고 있어 관광객들의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영화 ‘기생충’과 더불어 촬영장소인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전주시 상림동에 위치한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5만 6,800여㎡의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J1스튜디오(2,067㎡)와 지상 2층 규모의 J2스튜디오(1,311㎡), 그리고 야외 세트장(48,242㎡)과 2층 규모의 야외촬영센터로 조성되어 있으며 세트 제작실과 스태프실, 분장실, 미술ㆍ소품실, 휴게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야외촬영센터는 유명 감독과 배우들의 핸드프린팅 작품은 물론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촬영된 영화의 스틸 사진과 영화소품 등이 전시되고 있으며, 일반인들도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의 중심 스토리가 전개되는 박사장(이선균 분)의 집 장면과 최후의 접전이 벌어지는 가든파티 장면 등은 모두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야외세트장에서 촬영됐다.

‘기생충’의 저택은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의 약 100여 평의 부지에 터를 잡고, 지난 2018년 4월부터 9월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세트 공사와 촬영이 진행됐다.

야외세트장과 동시 전주영화종합촬영소 J1스튜디오에는 지하 밀실로 이어지는 계단 통로 공간이 설계됐다.

전체 77회 차 촬영 중 46회 차를 촬영하며 전체 분량의 60퍼센트를 촬영한 ‘기생충’의 야외세트는 실제 주거 공간을 본떠 수도 및 전기시설을 갖추고, 정원에 고가의 정원수를 식재하는 등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완벽한 세계를 창조해냈다.

기타 ‘기생충’의 전주 및 전북지역 촬영 분량은 전주 평화동의 PC방에서 촬영된 기우, 기정 남매(최우식, 박소담 분)의 PC방 장면과 익산 원광대학교 병원에서 촬영된 기우의 마지막 병원 장면이다.

또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남산의 부장들’의 궁정동 안가 장면과 전도연, 정우성 주연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전도연의 집 장면도 각각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야외세트장과 J2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전주종합촬영소에서는 기생충에 이어 현재 죽음을 앞둔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이 영생의 비밀을 지닌 인류 최초 복제인간 ‘서복(박보검)’과 그를 차지하려는 여러 세력추적 속에서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 ‘서복’이 촬영되고 있으며, 드라마 ‘SKY캐슬’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SF9 ‘찬희’와 ‘박유나’ 주연의 영화 ‘화이트데이’도 촬영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전주영화종합촬영소가 영화인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건립단계부터 타 촬영소와 차별화 된 전략으로 실내스튜디오(J1스튜디오 1044㎡, J2스튜디오 792㎡)와 함께 세트를 지을 수 있는 야외세트장 부지(4만8888㎡)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전주영화종합촬영소와 함께 야외세트장과 실내스튜디오를함께 운영해온 남양주종합촬영소가 최근 매각되면서 국내 유일의 야외세트장과 실내스튜디오를 겸비한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 촬영을 위한 영화인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시는 △인적 네트워크 교류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 △제작사(감독) 로케이션 및 촬영팀을 위한 현장 로케이션 지원 △전략적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등 타 지역과 차별적인 지원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그 결과 전주영화종합촬영소의 운영일수가 올해 현재까지 560일 가동되면서 연 목표인 운영일수 500일을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는 현재도 지속적으로 예약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에도 촬영 열기로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이곳에서 촬영된 영화들은 △은밀하게 위대하게(감독 장철수/주연 김수현), △늑대소년(감독 조성희/주연 송중기·이보영) △관상(감독 한재림/주연 송강호·이정재) △군도(감독 윤종빈/주연 하정우·강동원) △역린(감독 이재규/주연 현빈·한지민) △대호(감독 박훈정/주연 최민식) 등을 꼽을 수 있다.

영화 ‘쌍화점’을 시작으로 △그림자 살인 △전우치 △하모니 △부당거래 △최종병기 활 △반창꼬 △사도 △증인 등 총 88개 작품이 총 6305일(실내 4882일, 야외 1423일)동안 촬영됐다.

이 중 △쌍화점 △전우치 △하모니 △최종병기활 △평양성 △은밀하게 위대하게 △역린 △늑대소년 등이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영화촬영지 전주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며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함께, 전주 도심 곳곳에서도 그간 많은 영화들이 촬영돼온 만큼, 전주를 방문한 영화제 관람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촬영 장소를 직접 찾아보는 색다른 추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1000만 관객을 모은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주연 이병헌·한효주)와 영화 ‘역린’은 전주한옥마을 내 경기전에서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주향교 또한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이 촬영된 장소로,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고즈넉한 선비의 기운을 느끼는 곳이다.

한옥마을 주변 영화촬영지로는 수많은 영화들이 촬영됐던 전동성당도 빼놓을 수 없는 촬영명소다.

장혁, 신하균 주연의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혁)가 촬영된 송천동 건지산 학술림은 전주가 낳은 명필 고 최명희 작가의 묘가 있는 혼불 문학공원과 조경단, 덕진공원으로 되돌아가는 천년고도 전주의 옛길을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은 생태동물원으로 변화하고 있는 인근 전주 동물원에 들러 나들이하기에도 좋다.

지난 1978년 개장한 전주동물원은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감독 부지영 /주연 공효진·신민아), ‘전설의 주먹’(감독 강우석/주연 황정민·유준상) 등 여러 영화 속 배경이 된 장소다.

전주 신도심 지역도 영화촬영 명소로 손색이 없다.

한효주, 이종석 주연으로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W’(연출 정대윤, 박승우)는 서부신시가지와 전주시내의 모습을 담았으며, 인근에는 아기자기한 골목과 카페, 맛집 등이 자리하고 있어 영화의 거리를 산책하며 데이트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전주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전주는 국제영화제 개최지이자 최근 수많은 영화들이 촬영되는 장소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의 도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며 “전주에서 촬영된 영화와 영화 명소 알리기를 통해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전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즐거운 영화여행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영화가 촬영됐다면 이를 상영할 수 있는 기반 구축도 중요하다.

전주에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있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전주영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안정적 운영에 영화제만의 정체성 확립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초창기 ‘대안, 독립, 디지털’을 기치로 했던 전주영화제는 최근 들어 ‘영화, 표현의 해방구’란 새로운 명제를 내걸었다.

논쟁 속에서 상영이 어려울 수 있었던 작품들을 대거 선보이면서 ‘대안과 독립’을 기치로 했던 영화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립시킨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논쟁과 시대에 물음을 던진 영화들을 한데 모아 ‘프론트라인’ 섹션을 신설해 불편한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런 행보는 당시 대통령 탄핵이나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전주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여타 영화제와 다른 전주영화제만의 자리매김에 한 몫 했다는 평이다.

‘대안, 독립’을 기치로 해왔던 영화제인 만큼 불편한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승수 전주시장도 영화제에서 “어떤 외압이나 강압도 전주영화제를 흔들지는 못한다.

전주영화제는 이 세상 모든 영화에 대한 표현의 장”이라고 강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후속 대책으로 지자체가 손을 걷고 나섰다.

전북도가 영상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과 이를 통한 여행체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세트장 복원 검토에 착수했다.

전북도는 전주영화산업 진흥과 이를 통한 여행체험 1번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특히 전주영화종합촬영소 내 ‘기생충’의 세트장 복원과 관련해 배급사인 CJ측과의 접촉 등을 타진 중이며, 새만금을 영화 촬영지로 활용하는 방안 등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생충’은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전체 77회차 중 46차(59.7%)를 촬영했으며 영화 속 박 사장(이선균 분)의 저택은 야외촬영장에, 저택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등은 실내촬영장에 세트를 구성했지만 현재는 모두 철거된 상태다.

전북도는 이와 함께 영화영상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용역도 추진하고 있다.

‘전북 영화영상산업 중장기 발전을 위한 용역’은 1억원의 사업비로 올해 4월 착수할 예정이다.

용역은 전북의 영화영상산업 현황과 전망 분석, 추진전략, 산업 간 연계 방안 등을 담게 되며 오는 10월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북도는 영상제작 인력기반 확충과 제작여건 조성, 지역로케이션 확대 유치 등을 위한 영화영상제작기지화 사업으로 전주영상위원회에 도비 3억7천400만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전북 로케이션 인센티브 등을 꾸준히 높여 나가고 있다.

반면 자칫 헛된 바람으로 끝날 우려도 있다.

실제 부안군은 영화촬영지를 주제로 한 영상테마공원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했지만 초창기에만 관람객 발길이 이어졌을 뿐 지금 현재는 썰렁한 상태다.

관람객 수요조사 등 면밀한 검토 없이 무작정 사업진행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전주영상위원회 정진욱 사무국장은 “공공기관과 상가번영회 등 민간, 대학과 전주영상산업 종사자들이 참여한 영화지원 유관기관 협의회는 당시 전주의 영화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며 “현재는 사라졌지만 전북의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도 차원에서 더 큰 그림을 다시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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