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지난 10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석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영화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뿐만 아니라 비영어권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까지 거머쥐면서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역사를 써냈다. 이는 한국영화 사상 최초의 일이자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봉준호 신드롬’이 한창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전면 재조명되면서 안방극장 VOD 수요폭증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봉지라면 시장구도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고 한다. 짜파구리가 30년 아성 신라면을 울렸다는 것인데, 영화 ‘기생충’에 등장했던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짜파구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영화에서 연교(조여정 분)는 가정부 충숙(장혜진 분)에게 “짜파구리에 소고기 채끝살을 넣어서 조리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는 영화 속에서 가난한 두 가족(짜파게티. 너구리)이 부유한 가족(채끝살)과 뒤엉키는 장면을 상징하는 중요한 소재로 평가되기도 하다. 
 
이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상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빈부의 격차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유행가 가사는 ‘잘 살고 못 사는 건 타고난 팔자지만~’이라고 하였지만 가난한 자는 정말 타고난 팔자대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필자도 영화를 보면서 일견 돈 많은 사장집에서 가정교사도 하고, 가사도우미도 하고, 운전기사도 하면서 좀 뜯어 먹으면 안 돼?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거짓으로 경력을 위장한 것 등은 잘못이라 하더라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 것도 사실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외국인 영화팬들이 우리의 주거문화 중 하나인 ‘반지하’ 방에 호기심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한다. 땅 덩이 좁은 우리나라에 독특한 주거 형태 중 하나이겠지만 이를 보기 위해 서울의 반지하방이 관광지가 되고 있다 하니 웃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를 비롯한 예술 작품의 사회 풍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건전한 사회 고발을 통해 정부나 정치인들이 더 나은 국민의 삶을 위해 정책을 개발하고 뒤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 때 봉준호 감독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고 모 정치인은 자신은 ‘패러사이트’ 같은 영화는 절대 안 본다고 공언을 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들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또한 우리 지역 전주 영화종 합 촬영소에서 본 작품이 촬영되면서 세트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었다. ‘기생충’의 60% 이상을 전주에서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목도는 높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박사장의 저택을 세트하면서 고가의 정원수를 식재하는 등 디테일한 세트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가 오늘의 영광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 촬영이 끝나고 세트장이 해체되고 말았는데 최근 전주시에서 이를 복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주는 국제영화제를 매년 유치하는 영화의 도시다. 전주영화촬영소는 그간 수십편의 명작을 낳았고,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글로벌 스튜디오’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기생충’의 힘을 받아 전주가 전 세계적인 영화 산업의 메카로 더욱 주목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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