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영화 기생충에 앞서 대중음악 아이돌 가수인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팬들을 몰고 다니며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다. 이제 갓 스무 살은 넘긴 청년들이 과거 우리 조상들이 하지 못한 일을 과감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에는 대중음악 가수 사이가 전 세계를 들었다놨다를 반복했다. ‘강남스타일’이란 재미있는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으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것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백범 김구 선생은 문화강국을 꿈꿨다. 일본으로부터 조국 독립이 최우선 과제였지만 이후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 나갈 것을 염원했다. 문화야말로 보잘 것 없는 대한민국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도구요, 수단으로 여긴 것이다.

해방 후 대한민국은 경제성장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누구나 배가 고팠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문화가 무엇인지 염두에 둘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배를 채우기 위한 일차원적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 사람들은 이제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는 자세를 가지게 됐다. 경제적 성장이 일차적 목표였던 시대에서는 독재정권 등 이해하기 힘든 일이 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한 것이다. 

동양의 변방에 있는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이 이제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무기는 문화다. 굴뚝없는 산업이란 말처럼 문화는 거액의 기반시설 없이도 세계 경제를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과거 미국 영화 ‘주라기 공원’이 크게 히트한 적이 있었다. 이 영화가 벌어들인 돈이 우리나라 모 자동차 회사 1년 수익과 같다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불과 몇 사람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자동차 회사 수익과 같은 수익을 내게 된 것이다.

우리 문화가 세계를 향해 큰 발걸음을 걷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우리의 전통인 전통문화는 아직 기생충이나 방탄소년단, 사이 등 영화나 대중음악에 비해 더딘 모양새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우리의 정체성임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기만 하다.

최근 들어 전북의 문화예술단체들이 국제교류 차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니레 역시 최근 들어 태국이나 불가리아, 러시아 등을 찾아 우리 음악을 소개하는 대열에 동참해왔다. 
동양에서 온 낯선 방문자들을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눈은 연주가 시작되면 금세 변하게 된다. 이들은 이미 한류에 익숙해졌고, 우리가 연주하는 곡들을 따라 부르며 응원을 하기 시작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한류의 힘을 느끼는 순간이다. 판소리는 한류 음악의 뿌리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국음악을 안다고 강조하면 이에 응하는 그들의 관심깊은 눈초리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공연이 끝난 직후 단원들은 가슴이 벅차고 멀리 이국땅에서 우리 음악을 소개하고 대한민국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든다. 

점점 욕심이 난다.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시킨 우리의 음악을 세계가 잘 아는 음악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전북 아니 대한민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힘있는 각오와 발빠름이 있어야 한다. 

이제 동양의 중심은 중국이 아니요, 대한민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문화가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세계에 확산돼야 한다. 그 중요한 역할이 우리 예술인들에게 있다. 자만이나 게으름에 빠지지 말고 우리의 문화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새로운 눈을 떠야 할 시점이다.
 
/김성훈 문화포럼 나니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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