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일반음식점 손님 반이상 줄어
인건비-월세 걱정 메르스 보다 심해
롯데백화점 확진자 다녀간 여파 남아
전통시장 개점휴업 상태 더 심각해
신시가지 당일 예약취소 등 손해도

여행업계 일본불매운동 이후
중국-동남아 상품 겨냥 타격커
화훼업계 졸업-입학 취소 직격
중국 도내수출 22.7% 비중
원자재 수입 차질 중기 어려움

소비심리 위축 민생경제 심각
소상공인 몰락-고용시장 축소
인구감소 이어져 악순환 우려

정부 예비비-추경예산 초읽기
도, 추경 670억원 즉각 편성
국가 보조금까지 2,500억원
중기청-중진공-무역협 등 협력
기업 신남방국가 판로개척 필요

/사진=이원철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를 가장 높은 등급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해 정부가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올린 지 한 달여 만이다.

진정되는 듯했던 코로나19가 대구를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 새 국면에 접어든 만큼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공포감은 이미 스펀지가 물을 먹듯이 빠르고 무겁게 지역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도내에서도 며칠 전 두 번째, 세 번째 확진자에 이어 네 번째, 다섯 번째 확진자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30일 첫 확진자(8번째)가 발생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무엇보다 소비가 위축됨을 피부로 느낄 만큼 지역경제가 빠르게 휘청거리고 있다.

감염 속도가 빠르고 언제 어디서 감염이 됐는지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면서 무조건 바깥출입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가뜩이나 대내외 경기가 위축된 상황과 맞물리면서 영세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전북경제의 실핏줄과도 같기 때문에 한 번 막히게 되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는 또 다른 악순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에 코로나19 공포감에 따른 지역경제의 상황을 둘러보고 이에 따른 우려는 물론 현실적인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점심에 이렇게 텅텅 빈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밖으로 나오질 않으려고 하니 이번 달 월세나 제대로 낼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27일 점심시간인 12시, 전주 친환경첨단복합 일반산업단지 일대에 자리한 한 일반음식점의 주인은 이 같은 하소연과 함께 한숨만 내쉬었다.

평소 같으면 주문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시끌벅적해야 하지만, 이날은 점심시간이 맞나 싶을 만큼 한산했다.

이곳 주인은 “오늘만 이런 게 아니라 전주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로 일주일째 이런 상황이다”며 “드문드문 오는 단골들이 하는 말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밖에서 밥을 먹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한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빨리 이 사태가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은행과 보험사가 밀집된 전주시 금암동 일대의 음식점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음식점 역시 평소에 비하면 절반 이상이 감소, 이에 상인들은 이번 달 인건비와 월세 걱정에 여념에 없었다.

A 분식점 주인은 “점심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메르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이 기간이 길어지면 일하는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장사도 안 되는데 직원을 둘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 전주점이나 이마트·롯데마트 전주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시간대가 사람이 붐빌 시간이 아니지만 평소와 비교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롯데백화점 전주점은 113번 확진자가 다녀간 뒤 사흘 동안 18회에 걸쳐 방역을 마치고 지난 24일 재개장을 했지만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일찌감치 봄맞이 준비를 끝냈지만 매장 내 사람이 없다 보니 한기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전통시장에 비하면 이는 양호한 편이었다.

신중앙시장이나 남부시장은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로,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상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남부시장에서 청과물을 파는 한 상인은 “안 그래도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이 점점 뜸해져서 걱정인데 이번 코로나19 때문인지 사람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더욱이 봄이 돌아오면 한옥마을 관광객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이곳으로도 이어지는 데 올해는 어째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낮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소비가 이뤄지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전날(26일) 퇴근 시간 무렵부터 전주지역 내 번화가 중 한 곳인 서부신시가지 일대의 음식점과 술집 등도 평소와 달리 썰렁한 분위기였다.

한동안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자 사람들의 발길이 느는 것 같더니 지난주 대구를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 술집 주인은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이번 달 들어서 10명 이상의 단체 손님은커녕 5명 이상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면서 “가뜩이나 인건비도 오르고 임대료도 올라서 힘든데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고깃집 주인도 “최근 들어 예약 취소 전화만 5통을 받았다. 요즘 회식이나 모임을 안 하려는 분위기다”며 “특히, 당일 취소해 손해를 감수할 때도 있다. 단골이기도 하지만 위약금을 청구할 경우 다음에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참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다.



▲지역경제 전반에 드리운 코로나19=코로나19 공포감이 소비 위축을 빠르게 불러오고 있다.

외식업은 물론 여행업계와 화훼업계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는 경제의 바로미터라 할 만큼 경기 사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미치는 실물경제를 가장 빠르게 엿볼 수 있다.

특히, 여행업계는 일본불매운동 이후 대안으로 중국이나 동남아를 겨냥한 상품판매에 집중해 온 만큼 여느 업종보다 피해가 큰 상황으로, 일부 업체의 경우 폐업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훼업계도 1년 중 매출이 가장 많다는 졸업·입학시즌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데다 각종 행사 취소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 자금난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생해 확산된 것으로, 현재 중국경제를 마비시킨 동시에 전북을 비롯해 우리나라 수출에도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전북수출의 22.7%(2019년 기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중국 수출기업들은 계약 취소에 따른 차질과 중국경제 마비로 인해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발생하는 자금난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도 코로나19로 인해 소비가 극심히 위축되면서 향후 수출에도 차질이 불가피, 이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겨우 살아나고 있는 전북수출이 또다시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듯 원자재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부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심화되고 있다.

부품 공급 차질로 임시휴업에 들어갔던 현대차 전주공장의 경우 최근 재가동에 나서기는 했지만 부품 공급이 여전히 유동적인 만큼 가동률은 평소의 70% 수준에 그쳐 생산량 저하와 협력업체의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지역 경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전반에 걸쳐 코로나19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 사태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끊어내지 못하면 소비, 고용 한파 불러와 악순환 현실화=이처럼 이미 지역경제 곳곳에 코로나19 여파가 미치고 있다.

해서 코로나19가 더는 확산되지 않고 차단하는 것도 숙제지만 공포감이 커지면서 위축되고 있는 소비심리를 풀어주는 것도 시급하다.

소비심리 위축은 민생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첫 단계이기 때문.

만약 코로나19 확진자 추가 발생과 상관없이 공포감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킨다면 이는 소상공인의 몰락을 가져오는 것뿐만 아니라 그나마 멈춘 한파가 고용시장에 또다시 불어 닥칠 수밖에 없다.

이는 또, 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더욱이 소비 침체는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경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며 이는 중소기업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나아가 지역 산업의 경쟁력 약화까지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 번 휘청거린 경제가 제자리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많이 소요되는지 전북은 이미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더는 전북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도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들은 “경기가 좋을 때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하면 버티기가 힘들기 마련인데 전북은 몇 년간 거듭되는 악재로 경제 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이다. 그러니 버틸 힘이 없는 것”이라며 “해서 방역과 확산 차단은 물론 경제 상황도 고려한 투 트랙 전략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악순환이 반복되기 전에 연결고리를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 지자체, 민간 똘똘 뭉쳐야 해=정부가 지난 23일 감염병 위기 경보를 가장 높은 등급인 ‘심각’ 단계로 격상, 정세균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코로나19 대응체제를 구축했다.

현 상황이 비상경제시국이라는 인식 아래 국민 안전 확보, 경제적 영향 최소화 등 전례 없는 강력하고 신속한 조치로 총력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이 예비비를 신속하게 활용하는 것에 더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것을 검토해 달라고 말한 데다 정치권도 추경 편성에 협조적인 만큼 추경 초읽기에 들어갔다.

송하진 전북도지사 역시, 지난 24일 ‘코로나19 대응 10대 특별 대책 관련 담화문’을 발표, 코로나 확산 방지와 지역경제 피해 최소화를 위해 추경을 즉각 편성, 3월 전북도의회 통과를 추진키로 했다.

이번 추경은 도 예산 670억원에 국가 보조금을 합하면 2천500억원 수준이다.

정부나 전북도는 경제 분야의 경우 피해 업종·취약 계층 지원 등 민생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추려는 분위기다.

코로나 19로 인해 방한 관광객 감소, 내수와 소비, 대중국 수출 등이 위축됨으로써 경기 개선 흐름을 제약할 우려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해서 신속하게 적재적소에 예산 투입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이번 추경은 오롯이 민생경제라는 목표만을 염두에 둬 추진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전북도는 전북중소벤처기업청을 필두로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본부, 한국무역협회 전북지역본부, 세부서 등과 함께 협력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 소상공인과 기업의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도민들도 경제적 주체인 만큼 과도한 공포감을 털어내고 일상적으로 소비생활을 이어가며 이 위기를 함께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 역시 중국이 아닌 신남방국가로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는 ‘신속함’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방침대로 지자체 함께 움직일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이 뒤를 받쳐주지 않으면 이는 속도를 낼 수가 없다. 해서 이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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