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3선이자 전북 그리고 호남권 여당의 중심 인물인 이춘석 의원(익산갑)이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패했다.

4.15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집권 더불어민주당 경선 초반의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만큼 마지막 개표 전까지 익산 주변은 매우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역 프리미엄 그리고 3선 동안 닦아 온 지역 기반을 감안하면 이 의원의 낙마는 여러 가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지역 정서의 변화 그리고 지역 발전을 위해, 정치인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민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2년간 호남의 중심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어깨가 많이 무거웠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총선은 이 의원의 결단을 보여준 최대 사건이었다.

당시 안철수-정동영-유성엽 트로이카를 앞세운 국민의당은 전북을 석권할 기세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미 광주전남에선 녹색바람이 광풍으로 이어져 이곳저곳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돌풍은 서해안 벨트로 기세좋게 북상 중이었다.

하지만 호남권에서 충청권으로 북상하던 녹색바람, 국민의당 돌풍은 익산갑에서 멈췄다.

익산갑에서 이춘석 의원이 막아냈기 때문이다.

당초의 예상을 깨고 국민의당이 호남권 중심 정당으로 규모가 '축소'된 것, 그리고 현재의 문재인 정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에는 이 의원이 '민주당'을 지켰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정치인에게 중요한 건, 한 번의 좌절을 어떻게 넘어서느냐다.

수많은 선배 정치인들이 좌절을 딛고 다음을 기약했다.

국회의원 총선에서 낙선했던 김원기, 정동영은 이후 재기해 국회의장과 여당 대선 후보가 됐다.

정세균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강현욱 후보에게 패했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정세균은 그 자리에서 깨끗하게 승복했다.

그리고 그 결단 이후 정치인 정세균은 깨끗하고 당을 사랑하는 정치인으로 각인됐다.

지금의 국회의장, 국무총리까지 이르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된다.

이 의원은 경선에서 패한 뒤 멋지게 승복했다.

구구절절 혹은 사족없이 '익산시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시민 여러분께서 곁에서 힘이 되어 주셨기에 지난 12년간 험난한 정치여정을 꿋꿋이 헤쳐나올 수 있었습니다.

굵직한 성과들이 나올 때면 누구보다 시민 여러분께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세상을 다 얻은 듯 뿌듯했습니다"라고 돌아봤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했던 마음을, 당의 후보인 김수흥 후보에게 모아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회자정리, 이자정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짐이 있지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이 의원의 국회 12년 의정활동에 대한 지역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잘 한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대 국회 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회 기재위원장으로 20대 임기가 끝나는 5월말까지, 전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춘석 의원은 익산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이렇게 마무리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합니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의원이라는 무거운 옷은 잠시 내려놓더라도, 무변촌 변호사로 고향에 내려왔던 그때처럼 고향 익산과 전북을 아끼는 애정과 노력은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입니다. 남은 임기도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정말 많이 미안하고 또 고맙습니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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