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에 '신학기 대전'
물거품··· 결혼-이사도 미뤄
공기청정기 75%-건조기 50%
전년比 하락··· 업계 '당혹'

도내 가전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고 결혼과 이사를 미루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봄 시즌 특수가 일찌감치 물 건너간 데다 또 다른 특수 요인인 봄철 불청객 황사와 미세먼지도 이에 묻혀 버렸기 때문이다.

23일 도내 백화점 및 대형마트 내 가전판매점 등 가전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교 개강일이 미뤄지면서 할인 및 이벤트 등 준비했던 ‘신학기 대전’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봄 매출의 특수 요인인 결혼과 이사가 미뤄지면서 텔레비전, 냉장고 등 대형 가전 판매가 전반적으로 부진함에 따라 전달과 이번 달 매출이 평년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하이마트 A점 관계자는 “1년 중 노트북 판매가 가장 많이 이뤄질 때가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교 입학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졸업식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고 입학도 미뤄지다 보니 마이너스다”며 “대형 가전 역시 결혼과 이사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팔리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가 판매 패턴을 완전히 바꿔 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이달 들어 미세먼지, 황사 등 대기 환경에 따른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의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들 품목도 전년대비 역신장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가전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도내 백화점의 경우 1일~18일까지 공기청정기와 빨래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의 매출이 전년동기간 대비 각각 75.2%, 49.8%, 21.1%씩 하락했다.

롯데하이마트 A점 역시 공기청정기와 의류관리기 판매량이 1년 전보다 약 40~50%가량 감소했으며, 이마트 전주점은 이달 들어 공기청정기 매출이 극히 미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바깥출입을 꺼리는 분위기로 인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극히 드문 데다 이에 따른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기대와 달리 대기환경과 관련된 생활가전의 판매도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도내 가전업계는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워낙 큰 이슈다 보니 미세먼지나 황사 등의 이슈가 묻혀버린 것도 이유라고 꼽았다.

홈플러스 효자점 내 B브랜드 가전판매 담당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전주지역에서 발생한 뒤로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보통 이 시기면 공기청정기는 수량이 부족할 정도인데 요즘은 구매 문의조차 드물다”며 “이제는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미치지 않는 업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을 우려해 23일부터 구매비용의 10%(개인별 30만원 한도)를 환급해 주는 내용의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동안 이 사업이 시행될 때마다 매출이 증가한 만큼 이번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지만 대체로 회의적인 분위기다.

도내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환급 제품이 제한적인 데다 현재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침체된 만큼 어떤 유인책이라도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 않다”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올 상반기 매출은 틀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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