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산리고분군 가야 첫발견
청계리고분군 호남 최대
남원시 사적지정 본격화
왜계나무빗등 발굴 확보
고대 정치 실체-변화 규명
유곡리-두락리 32호고분군
수대경-금동신발등 출토
세계유산등재 대상 선정
7월 문화재위 심의 남아

대한민국의 티벳 고원으로 불리는 운봉 고원에는 고분군, 제철유적, 산성, 봉수 등 200개소가 넘는 남원가야의 유적이 산재해 있다.

특히,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2018년 호남지방에서 최초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42호로 지정과 함께,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대상으로 선정됐다.

최근 가야문화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남원 운봉고원가야 기문국의 제철유적이 다량 발견되어 철의 왕국으로 크게 조명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남원 청계리 고분군‘ 또한 국가문화재 지정 추진을 목표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화려한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남원 가야의 발자취를 만나보자.
/편집자주  



# 백두대간 운봉고원에서 가야문화를 꽃피운 남원가야(기문국)를 찾다.

‘신선의 땅’이라 회자되는 운봉고원은 조선 중기의 예언서인 『정감록』에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 살기 좋은 열 곳을 일컫는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하나로 예부터 정치, 국방의 요충지였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고대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알려진 철을 생산했던 다수의 제철유적이 발견됨으로 철을 바탕으로 가야의 기문국을 비롯해 후백제까지 찬란한 문화를 펼쳤던 역사의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기문국(己汶國)이 남원 운봉고원에서 처음 존재를 드러낸 것은 1982년 남원 월산리 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에서였다.

이 조사에서는 고분의 조영주체가 가야로 밝혀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런 까닭에, 남원 월산리 고분군은 백두대간 운봉고원에 기반을 둔 가야세력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역사적인 명소가 됐다.

지난 2010년 조사된 월산리 고분군에서는 중국계 청자인 계수호(鷄首壺)와 신라의 천마총과 황남대총 출토품과 유사한 철제초두(鐵劑鐎斗)를 비롯한 귀걸이, 갑옷과 투구, 기꽂이 등 가야계 위신재가 출토, 기문국과 중국과의 교류를 추정해 볼 수 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남원 청계리 고분군’국가문화재 지정 추진

호남지역의 대표적 가야문화유산인 ‘남원 청계리 고분군’의 국가문화재 지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남원시(시장 이환주)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가야사 연구 및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남원 청계리 고분군’의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을 본격적으로 추진 한다고 밝힌바 있다.

남원 청계리 고분군은 시루봉(770m)에서 동쪽으로 뻗어 내린 가지능선의 말단부에 자리하는 고분으로, 남아있는 봉분의 크기는 길이 31m(도랑 포함 34m), 너비는 약 20m, 높이는 5m 내외로 현재까지 호남지역에서 발굴된 가야계 고총 중 가장 이르고, 가장 규모가 큰 고총이다.

지난 2019년 발굴조사를 통해 ▲호남지역에서 가장 이르고 규모가 가장 큰 가야계 고총의 구조와 축조방법, ▲호남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수레바퀴 장식 토기 조각을 비롯한 다수의 함안 아라가야계 토기, ▲호남지역 가야 고총에서 최초로 확인된 왜계 나무 빗(수즐,竪櫛) 등 남원 아영분지 일대 고대 정치조직의 실체와 변화상을 규명할 수 있는 새로운 자료들을 확보했다.

남원시는 지난 2015년부터 학술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표조사와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통해 10여기의 고분군이 확인됐고, 가야계 토기 등 관련유물을 수습했다.

가야사 연구에서 ‘남원 청계리 고분군’이 차지하는 특별한 의미가 학술조사를 통해 확인됨에 따라, ‘남원 청계리 고분군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확보하기 위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그 격을 높이고자 한다.

남원시는 ‘남원 청계리 고분군’의 국가문화재 지정을 통해 운봉지역 가야문화유산의 문화재적 가치를 보다 널리 알리는 한편,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보존 관리를 통해 그 활용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조사된 청계리 고분군은 현재까지 호남지역에서 확인된 가야계 고총 중에서 가장 이르고, 가장 규모가 큰 고총임을 입증시켰다.

조사를 통해 발견된 수레바퀴 장식 토기 조각을 비롯한 함안 아라가야계 토기, 왜계 나부 빗(수즐,竪櫛) 등은 남원 운봉고원 일대 고대 정치조직의 실체와 변화상을 규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됐다.



# 기문국, 백두대간을 넘어 세계유산을 향하여

지난 2013년 발굴한 유곡리 및 두락리 32호 고분군에서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게 무참히 도굴됐음에도 금동신발, 청동거울, 토기, 철기 등 140여 점의 유물이 출토돼 운봉가야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호)에서는 공주 무령왕릉 출토품과 흡사한 수대경(獸帶鏡)과 금동신발도 출토됐다.

수대경과 금동신발은 가야영역에서 한 점씩만 출토된 최고의 위세품이다.

특히 중국 남조에서 만들어진 수대경은 무령왕릉 출토품보다 앞서는 것으로 가야와 중국 남조와의 국제외교가 이루어졌음을 암시하는 유물이다.

이외에도 철촉다발, 말뼈, 토기 40여점, 철기 100여점 등 다수의 유물이 출토되어 기문국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이러한 탁월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호남지역 유일하게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 대상에 선정됐다.

 

# 운봉고원 제철유적과 철기문화의 보고

한편, 지표조사를 통해 40여 개소의 제철유적이 운봉고원에 분포된 것으로 밝혀졌다.

백두대간 속 지붕 없는 철 박물관으로 여겨지는 운봉고원의 철광석은 니켈 함유량이 높아 철광석 중 최상급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철의 왕국으로 일컬어지는 기문국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백두대간 산줄기 동쪽 운봉고원 일원에 지역적인 기반을 둔 가야 소국 가운데 하나인 기문국은 4세기 후반의 늦은 시기 처음 등장해 6세기 중엽까지 가야 소국으로 존속했다.

출토된 다수의 유물과 대규모 철산 개발은 운봉고원의 가야세력이 기문국임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자료가 됐다.



#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 박차

이렇듯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발굴조사 및 인위적인 정비가 되풀이 되는 과정에서 원형이 훼손된 영남의 고분과는 달리 1,500년 전 가야인의 숨결을 고스라니 간직하는 무덤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시는 현재 문화재청 등재 신청 심의에서 조건부로 가결돼 있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비롯한 7개 고분군을 2022년 세계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남원시는 향후 진행될 발굴조사에 있어 원형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사방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역사체험 배움 공간 조성, 고분군 탐방로를 조성해 보존과 체험이 가능한 주민 친화형 공간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한편 ‘가야고분군’은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비롯한 7개 고분군으로 지난2019년 3월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로 선정됐으며, 빠르면 오는 7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재신청대상에 선정된다.

/남원=장두선기자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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