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편 출품돼 전년비 20%
증가··· 극영화 '갈매기'
'괴물, 유령, 자유인' 등
11편 발표··· 5월28일 선봬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 11편을 발표했다.

한국경쟁은 2019년 1월 이후 제작된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메인 경쟁 섹션이다.

올해 한국경쟁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125편의 출품작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총 11편의 본선 진출작이 결정됐다.

극영화 ‘갈매기’(감독 김미조), ‘괴물, 유령, 자유인’(감독 홍지영), ‘나를 구하지 마세요’(감독 정연경), ‘담쟁이’(감독 한제이), ‘더스트맨’(감독 김나경),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감독 신동민), ‘빛과 철’(감독 배종대), ‘생각의 여름’(감독 김종재),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감독 이태겸), ‘홈리스’(감독 임승현), 그리고 다큐멘터리 ‘사당동 더하기 33’(감독 조은) 등이다.

이번에 출품된 125편은 오느날 한국사회 맨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양극화된 세계 속 극심한 빈곤과 고통, 갑의 횡포와 을 대 을의 대립,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등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이들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두드러지는 경향은 여성에 관한 다양한 이슈였다.

'갈매기'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기운을 담고 있다.

가까운 지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한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착오적 남성중심주의와 여전히 만연한 어처구니없는 편견을 폭로한다.

‘파견;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여성의 문제를 노동이라는 스펙트럼 안에서 바라본다.

주인공 여성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차별까지 복잡하게 얽힌 현실을 마주한다.

‘담쟁이’는 여성 커플과 이들 사이에서 함께 살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로, 뜻하지 않은 사고로 엄마를 잃은 소녀가 이모, 이모의 파트너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본질을 되물으며, 성 소수자들의 좁은 입지 또한 드러낸다.

또 이번 출품작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 양극화와 기본적인 삶을 위협하는 빈곤 문제 등을 다룬다.

‘사당동 더하기 33’은 동국대 조은 교수가 지난 33년 동안 한 가족의 삶을 추적한 기념비적인 다큐멘터리다.

재개발 사업으로 쫓겨나 상계동에 새 둥지를 튼 한 가족을 꾸준히 추적해 온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0년 전주영화제를 통해 소개됐던 ‘사당동 더하기 22’ 이후 11년 사이 이들 가족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홈리스’는 갓난아이를 양육하는 젊은 커플이 애타게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빛과 철’은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새로운 영화적 언어를 실험하는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는 가족이란 주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보여주고, ‘괴물, 유령, 자유인’은 성 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아웃사이더들을 파격적인 영화언어로 다룬다.

예술의 가치를 추구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를 자아낸다.

‘더스트맨’은 노숙자 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한 젊은이가 예술을 통해 새 삶의 가능성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생각의 여름’은 시인이 되기를 꿈꾸는 한 여성의 나날을 그리는 영화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성장 혹은 자기발견을 하게 된다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예술의 본질을 꿰뚫는 듯 보인다.

전주영화제 문석 프로그래머는 “선정작 11편 중 여성 감독 연출 영화가 6편이다. 미투 운동 이후 한국사화와 영화계가 서서히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는 사실의 반영이다”며 “오늘날 한국사회의 맨 얼굴을 드러내며 우리가 마주한 심각한 문제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평했다.

11편의 한국경쟁 본선 진출작은 5월 28일 개막하는 제21회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되며, 본선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대상, 배우상 등의 시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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