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살펴보면 예년에 비해 별로 추운 날씨 없이 그나마 짧게 느껴졌던 겨울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더구나 눈도 한 두어 번 왔을 뿐 대부분 장맛비같은 비만 내렸을 뿐 말 그대로 한 겨울이 살며시 실종된 것을 새삼스레 지금에서야 체감하게 된다.

예전의 삼한사온(三寒四溫), 즉 삼일 추우면 사일은 따뜻한 날씨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날씨였으나, 지난 겨울 날씨도 삼한사미(三寒四微), 삼일이 추우면 사일은 미세먼지로 가득 찬 답답한 날씨를 보여줬다.

이 같은 이상기온 원인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구의 온난화의 산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원래 현재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날씨는 만여 년 전에 빙하기가 끝나 현재 간빙기 즉, 앞으로 7~8 만년 동안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므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 이산화탄소의 증가, 지구상 인구의 증가 그리고 환경파괴 등이 지구의 온난화에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겨울 날씨의 근본적인 변화와 함께 필자는 약 10여년부터 시작한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에서 전원생활하고 있는데 그 겨울의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우선 지난 겨울은 전술한 바와 같이 평년과는 달리 눈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매년 한겨울에는 폭설이 내려 위봉산, 원등산, 천대감, 다리목 마을의 온 동네가 하얀 설경을 즐겼었다.

폭설 덕에 자동차들이 동네 안으로 못 들어와 걸어 들어오거나 학교 출근을 못하는 겨울 같은 기분을 즐겼는데 올해는 이도 없었다.

반면에 많은 비로 동네 가운데의 개천에 물이 장마 때처럼 흘러 끊임없이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날씨가 푹하니까 노오란 복수초의 꽃 봉우리와, 크로커스, 튜울립 등의 싹도 확실히 빨리 틔었다.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 있는 나이가 지긋이 먹은 두 그루의 큰 벚꽃나무의 벚꽃과 네 그루의 목련꽃 봉우리도 확실히 예년보다 굵게 매달렸다.

뜰과 밭 주위에 여러 과실나무들을 심었는데 작년에 살려놓은 다섯 그루의 포도나무의 수형을 잡아 주려면 전정을 해줘야 한다.

최근에는 SNS상에 포도나무뿐만이 아니라, 대추나무, 감나무, 오디나무, 미니사과나무 등의 가지치기가 친절하게 많이 나와 있어 이를 보고 배워 가지치기를 해줄 예정이다.

특히 오디나무도 효율적인 오디 수확과 건강하고 멋지게 키우려면 가지치기가 필수적인데 지난 10여 년 동안에 한 번도 해주질 않아 산발한 머리와 같다.

이도 올해에는 예쁘게 해주어야 한다.

약 6~7년 전의 어느 해 겨울에 영하 15도 이하의 겨울이 거의 한달 이상이 지속됐는데 이때 제법 큰 배롱나무 뿐만이 아니라 우리 동네 모든 나무들이 거의 얼어 죽었다.

이때의 낙심이란! 그런데 다행이 뿌리는 살아서 정성껏 가꿨더니 원래 크기대로 잘 자라줘 제법 크다.

붉고 분홍색 배롱 꽃이 일 년 내내 피어 기분이 아주 좋다.

지난해 말 우리 집에 조그마한 기쁜 일이 있었다.

83세 노모께서 소양면 원암교회의 집사님이 되셨다.

약 50년 전에 신앙생활을 하셨는데 우리들을 키우시느라 생활에 쫓기어 시기를 놓치셨다.

다행이 원암교회의 방 목사님과 해월리 다리목 마을의 정 장로님의 인도아래 집사가 되셨다.

조그마한 소망 하나를 이뤄 기쁘다.

이런 것이 인생의 기쁨이다.

10여 년 전 다리목 천대감에 자리를 잡을 때, 그때부터 교회를 다니셨으면 더 좋았으련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좋은 목사님, 사모님, 장로님, 교인들을 만나 많은 생활의 변화가 계시다.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이번 겨울에 소소하지만 제일 기쁜 일이다.

이런 소소한 기쁨이 삶의 원천이다.

겨울철 전원생활에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난방이다.

노인 분들은 방이 뜨거워야 편찮으신 데가 없다.

그래서 화목보일러에 장작을 사용한다.

한 일 년 이상 건조시켜야 되므로 구매를 1~2년 앞서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간에는 간벌하시는 학부형을 만나 큰 문제없이 구매했으나, 한 2년 전에 아깝게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간절히 구매처를 찾아서 이도 간신히 해결하였다.

모든 일은 이렇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맞다.

동네 분들의 도움을 받아 엔진 톱으로 자르고 도끼질을 해 창고에 다 쌓아 놓았다.

한 2~3년은 장작 걱정은 없다.

도와주신 분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이렇듯 해월리의 겨울이 무난하게 지나가는데 마지막 관문이 덜컥 생겼다.

바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19 (COVID-19)이다.

모든 농촌동네가 그렇듯이 건강이 약하신 노인분들이 대부분이라 더욱 걱정이 앞선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분들이 COVID-19에게 특히 약하다.

이처럼 전 세계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 넣던 무시무시한 감염병 확산이 진정돼 무사히 지나가길 간곡히 기원해본다.

이렇듯 극히 체감하기 어려웠던 지난 겨울의 꽃샘 추위가 몇 차례 지나고 우리 일상에서 산불 조심이 매우 강조되고 있는 계절의 여왕인 따뜻한 봄이 해월리에 찾아왔다.

/강길선 교수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