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지난 10일~11일 시행된 사전투표에서는 26.7%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고 우리 전북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34.7%의 투표율을 보여줬다. 이런 추세라면 20대 투표율(58.0%)은 물론 역대 최고치였던 2004년 총선 투표율(60.6%)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중 86.1%가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79%는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투표율이 높아지면 누구에게 유리할까. 그건 당연히 ‘국민에게 유리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정치란 그들만의 리그인 양 유권자를 무시했지만 촛불 혁명 이후 국민들은 달라졌고 정치와 사회를 보는 눈이 괄목상대해졌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전남·전북 등 호남의 투표율은 유독 더 높게 나타난다. 이는 누가 봐도 우리 호남인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수준을 말해 주는 것이어서 실로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어찌 되었든 후보자들은 지난 해 12월 17일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시작으로 각 정당의 공천을 거쳐 4월 2일부터 14일까지 본격적인 선거운동 기간을 끝내고, 드디어 오늘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출. 퇴근길에는  후보자는 물론 가족·친지 선거운동원 등 모두를 동원하여 자동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어떤 후보는 시장바닥에서 큰절을 올리기도 한다. 후보자 마다 각각의 사연과 포부를 담고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오롯이 견뎌냈을 것을 생각해 보면 그 기개가 대단하기도 하여 우선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 흔히들 말한다. ‘투표일까지는 유권자가 갑이고, 투표일이 지나면 당선자가 갑이다.’ 라고. 이 말에 완전한 부정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분명히 투표율이 높아지고, 국민들의 정치 관심도는 높아지는데 왜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국회의원은 갑이어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가슴 벅차게 외치면서도 왜 주권이 국회의원이나 위정자에게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국회의원에게 집중된 과도한 특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대한민국 300명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특권은 불체포/면책 특권을 비롯해서 한 명당 6억7천만원의 경비를 포함 200가지가 넘는 특권을 누린다. 국회의원 한명을 4년 동안 유지하는 데는 35억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한 의원들 말 한 마디면 이권 개입이고 인사고 안 통하는 것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그야말로 무식한 정치 의식의 발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막대한 특혜를 받는 국회의원들이 욕을 먹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안 될 정도로 정당 파벌 싸움에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이고, 상대 정당과 의원들 흠집내기와 특권 누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해서이다.  
 
의회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흔히 ‘스웨덴식 모델’을 이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스웨덴의 의원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보좌관이나 비서도 없고, 두 의원당 한명씩의 입법조사관만을 제공한다고 한다. 휴일 없이 24시간 일하며, 모든 회의에 100% 참석이 원칙이어서 출석률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법안을 수십건씩 발의하고, 특권이라는 것 자체가 없으며 오직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일한다 하니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구조다. 우리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될 경우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의 국회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스웨덴식 첨단 모델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국회의원이 갑이라는 생각은 당선자도 유권다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특권도 일정 부분은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선거 운동 기간에만 배꼽 인사를 하고, 클 절을 하고, 팔이 떨어져라 손을 흔드는 반짝 유권자 대접도 바꿔 나가야 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만큼 정치는 내 삶에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국회의원 선거에 모든 유권자가 소중한 한표 행사에 동참하기를 호소하며, 당선자 또한 오늘의 기쁨을 개인의 영달이 아닌, 국민을 위해 희생과 봉사를 시작하는 소중한 날로 똑똑히 기억해 주길 바란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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