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실패’라는 말이 있다.

실패면 실패지, 성공적인 실패란 무엇인가?

4월 17일 오늘이 바로 이 말이 만들어진 날이다.

달을 탐사하러 떠난 아폴로 13호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성공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아폴로 11호가 1969년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달 착륙 예정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서울 명동, 소공동, 을지로 일대의 몇몇 다방에서 차를 마시던 손님들이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달 착륙을 보기 위해 차 한 잔 시켜놓고 반나절 앉아있는 손님을 쫓기 위해 TV 코드를 빼버린 것이 발단이었다.

한 손님 왈 “아폴로 11호 발사이후 TV를 설치하는 다방이 늘고 있는데, 서비스업이라고 자처하는 다방에서 이럴 수가 있느냐?”는 인터뷰가 실려 있다.

실제로 일본은 “아폴로 상업 붐 칼라TV 거의 매진, 핫케이크처럼 날개 돋친 듯 팔려”라는 기사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달 착륙 생중계가 예고되면서, TV 판매가 급작스럽게 늘어났다.

듀크 엘링턴은 달 착륙에 맞춰, “달 처녀(Moon Maiden)”를 작곡해서 발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으로 놋쇠제품으로 된 그릇 같은 것을 수출하고 있었는데, 디자인을 아폴로 11호 달 착륙으로 도안해서 인기가 높고 17%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는 기사도 있다.

이렇게 붐이 일어나자, 미국의 우주선 장남감 수입 기사도 있다.

“배터리로 움직여 달리는 우주선 장난감 수입, 값이 4,800원. 달세계도 좋지만 지상의 서민인 부모 생각도 하라고 아빠들은 비명을 올린다.”

당시 커피 홍차가 50원, 설렁탕은 90원, 짜장 우동이 50원, 목욕비는 60원이었다.

1970년 11월 3일 세 명의 우주인이 내한한다.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은6.25 한국전쟁에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해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다.

이 우주인들이 국립국악원에서 나온 7명의 악사들이 연주한 중광지곡(重光之曲), 함녕지곡(咸寧之曲) 등 궁중음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았다는 기사가 이색적이다. 

사람들이 성공한 첫 번째만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성공적인 실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1970년 4월 11일 발사된 아폴로 13호는 인류의 세 번째 달 착륙 우주선이다.

올해는 아폴로 13호 발사 50주년이 되는 해다.

우주선 고장으로 달 착륙과 탐사는 실패했지만, 1970년 4월 17일 아폴로 13호는 지구로 무사 귀환하며 “성공적인 실패”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1995년에는 “아폴로 13”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잘 표현하고 있다.

우주선의 5개 로켓엔진 중 중간의 1개가 고장이 나지만, 나머지 4개로 목표지점으로 향해 날아간다.

지구로부터 32만km 떨어진 지점에서 산소탱크가 폭발한다.

이때 달 탐사를 포기하고 지구 귀환이 시작된다.

산소가 모자란 상태에서 이화산탄소 여과 장치를 만들어내고, 우주선을 수동 조작하며 달 궤도를 한 바퀴 돌아 지구로 돌아온다.

영화에서는 이런 장면, 장면들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최근 당시 아폴로 13호의 내부를 찍은 저화질의 사진과 영상이 스태킹(stacking) 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통해 고화질로 복원되었다.

영화와 달리 우주인들은 산소와 연료가 부족해 살아날 길이 없게 된 막다른 처지에서도 침작한 모습을 보인다.

음악을 듣고, 낮잠을 자기도 하며, 노트를 꺼내 읽기도 하는데,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런 여유와 의연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실패할 수도 있으며, 살아 돌아갈 수 없음을 미리 생각하고 훈련하는 것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일까? 

우리 근현대사에도 ‘성공적인 실패’의 순간들이 있다.

동학농민혁명과 항일 의병 운동, 독립운동, 노동운동, 학생운동 등은 후배들에게 바턴을 이어주며 우리 역사의 디딤돌이 되었다.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을 불사른 지 50주년이 되었다.

그는 죽었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노동자의 가슴 속에 신념으로 부활해 살아있다. 

/김창주 민주노총 전주문화재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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