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항가리 '유휴열 미술관'
오픈··· 평생 작업한 1만여
작품 전시 카페-작업실 갖춰
'전북청년미술상' 복원목표

돌담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단순한 돌담이려니 했지만 ‘돌담미학’이란 이름을 가진 작품이다.

해가 떨어진 오후엔 숨겨진 조명을 통해 은은한 빛이 발한다.

작품이면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술관 안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야외전시장으로 통하는 바람길이 나온다.

봄내음 가득 실고 찾아오는 이곳은 맨 땅을 밟는 느낌과 자연의 풍경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야외에는 연도별로 제작한 작품이 발길을 이끌게 한다.

완주군 구이면 항가리에 ‘유휴열 미술관’이 오픈했다.

33년 전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서 땅을 파고 살림집과 작업실을 만들었던 유휴열 원로화가가 평생 작업했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관의 지원없이 혼자 힘으로 미술관을 만드는 게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되지만 33년 동안 이곳을 소중히 여기며 가꾸고 일궜던 정성이 모아진다면 이 또한 어렵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최초 개관은 지난 2000년 11월 ‘미술관 모악재’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사단법인 모악재를 만들고 전북 문화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활성화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내 문화예술인들과 도민들의 만남의 장을 마련해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문화의 향기도 전달하고 싶었다.

이번에 재개관하면서 명칭을 ‘유휴열 미술관’으로 변경했고, 수장고에 가득찬 평생토록 작업해온 1만여점의 소중한 작품들이 일 년 상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술관은 메인 전시장을 비롯해 소전시장과 카페 르 모악, 작업실, 수장고, 작가공간, 바람길, 실개천 등으로 구성됐다.

33년 전 논과 밭 사이 달랑 감나무와 깨죽나무, 팽나무만 있던 이곳에서 평생을 오로지 작품에만 매달렸던 결과다.

살림집과 작업실을 지은 지 33년, 10년 뒤에 갤러리를 짓고 다시 20년 뒤에는 수장고를 만들어 현재 모습으로 완성됐다.

전시 작품은 현재 유휴열 화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메인 전시장은 1년에 네 차례 다양한 작품들이 순환 전시된다.

이후 전북청년미술상 수상자들의 작품들도 별도로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고민하고 있다.

전북청년미술상은 지난 1990년 유휴열 화가가 처음 만든 이후 총10회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수상자에게는 유휴열 화가가 사재를 털어 상금을 줬지만 이후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유휴열 미술관’ 개관과 함께 전북청년미술상 복원도 목표다.

전북 원로작가와 중견 작가들이 뜻을 모아 청년작가들을 발굴해 전북미술의 독창성과 지역성, 개성을 이끌어내는 기틀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전북청년미술상운영위원회를 조직해 매년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45세 미만의 청년작가들을 선정할 계획이다.

유휴열 화가는 “평생 나만의 즐거움과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작품활동에 매달려 온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가족만의 작품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곳을 오픈한다”며 “이 공간이 바쁘고 지친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었으면 하고 더불어 지역의 문화예술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유휴열 미술관 정식 오픈은 오는 21일지만 공식 세레머니는 진행하지 않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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