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 지방선거, 대선 등 주요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나오는 말이 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고사성어다.

이기기도 하고 패하기도 하는 게 승부의 세계에선 일상적인 일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또 정치인이 살아가면서 마지막 승리가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한데 최종 승리를 얻기 위해선 와신상담-절치부심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당선자 대다수는 지난 4년을 와신상담의 자세로 보냈을 것이다.

바꿔말하면 이번에 패한 낙선자들도 승패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으면 될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민심이다.

그리고 정계를 떠나기 전까지는, 민심에 순응하는 방식을 배우고 인정하는 게 핵심이다.

당 후보 경선이나 본선에서 승리했다고 벌써부터 유권자들에게 오만한 자세를 보인다든가, 또는 패했다고 겸허한 낙선인사조차 없다면 이들에게 '다음'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4.15 총선을 복기해 보면, 민심은 자주 출렁거렸다.

여야 정가에선 지난 연말연초만 해도 여권이 위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다시 여권으로 힘이 모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코로나19에 문재인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여당 지지세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를 중심으로 민심의 흐름이 크게 변화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일부 여권 후보자들은 극도로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선출된 당선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총선 기간 내 방송토론 등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적 목표를 도민과 유권자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하는데, 그런 자리를 애써 외면한 것.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런 행태에 대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호된 질책을 받았을 것이다.

“당선만 되면 된다”고 몸조심하는 것도 중요했겠지만 다음 선거부터는 선거법을 고쳐서라도 토론의 기회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 4.15 총선은 끝났고 21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펼칠 당선자들도 정해졌다.

물론 몇몇 당선자의 경우 선거법과 관련한 최종 관문이 남아있다, 하지만 어떻든 앞으로 한 달이 지나면 이들 당선자들은 일단 여의도로 들어갈 것이다.

요즘 당선자들은 이미 이곳저곳에서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을 터이고, 또 수많은 지지자들도 눈도장 찍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낙선한 이들은 갑자기 줄어든 전화통화나 카톡, 문자 메시지를 실감하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쉬임없이 앞만 보고 질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서 언급했듯, '승패 병가지상사'로 선거에서 이겼다고 오만할 것도, 패했다고 낙심할 것도 아니다.

앞으로의 4년은, 당선자와 낙선자 그리고 정치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4년은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

그리고 당선자들은, 당선자들을 견제할 언론과 수많은 비판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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