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선생 회고록··· 한국전쟁속 예수병원을
지킨 의사, 美군의관-82세 결혼-90세작가가되다

자신이 처음 의사로 근무했던 예수병원을 찾았다.

이제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병원 로비에 서니 70년 세월이 무성영화의 장면들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병원 박물관엔 병원 개원한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기록돼 있는데, 한국전쟁 때 선교사들과 의사들이 피난을 가는 바람에 문을 닫은 공백기가 있었다.

그 공백 기간 병원에 남아 일을 한 사람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 ‘결코 늦은 때란 없다’의 저자 최선이 선생이다.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만주 용정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의학대학에 입학했지만 해방 후 남북이 갈라지는 바람에 이산가족이 됐다.

한국전쟁 때 죽은 고비를 넘기고 전주예수병원, 광주 제종병원을 거쳐 미국에 건너가 의사의 길을 걷게 된다.

여기서 그의 인생은 끝이 아니다.

50세 나이에 군의관, 62세에 첼로를 시작해 오케스트라 멤버로 활동했다.

72세 때 수영을 시작했고, 82세에 결혼을 하며 폭풍 같은 삶을 살아왔다.

책은 이런 폭풍 같은 그의 삶은 조목조목 기록하고 있다.

일종의 회고록인 이 책은 샤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보다 더 험한 고난의 파도를 걸어왔음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공부를 잘했던 저자는 고향 중국 용정을 떠나 서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한다.

한국전쟁으로 부모님과 이별을 하고, 이후 그의 삶은 폭풍이 몰아치게 된다.

등록금을 제 때 내지 못했고, 밥 대신 수돗물을 허기를 때우며 간신히 졸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 때 인생의 고통과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전주예수병원, 광주 제중병원, 애양원을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의사시험 공부를 하게 된다.

소아과 개업을 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나이 50에 군의관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고, 82세에는 상처를 하고 홀로 사는 김정식 선생을 돕기 위해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 90이 넘어 첫 번째 책을 내게 된다.

그의 삶은 나이를 잊은, 아니 나이를 묻는 것은 어리석고 무례해 보일 수 있다.

78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 세상을 떠날 때가지 1,500여점의 그림을 그린 안나 마리 로벗슨 모지스, 75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에 전시회를 하고 103세까지 1,800여점의 그림을 그린 해리 리버만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번 책 ‘결코 늦은 때란 없다’는 그 제목처럼 상처가 아팠기에 더욱 큰 보석을 담아내고 이것이 그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할 바탕이란 생각이 든다.

책은 지난 2015년 전주예수병원의 빈 공간의 역사를 채워달라는 부탁에 의해 시작됐고, 5년 만에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저자는 “글을 써본 경험이 없어 망설였지만 그 공간을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리저리 미루다 이제야 조금씩 쓴 글이 모였다”며 “역사를 메우는 작업이었는데 내 삶의 이야기가 됐다. 글을 쓰도록 마음에 불을 지핀 전북대 박성광 교수와 도움을 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저자 최선이는 중국 용정시 출생으로 전주예수병원 전공의, 내과 전문의 획득, 마산 국립결핵요양원 근무, 캐나다 토론토 아동병원 연구, 미국 세인트 쥬드 아동병원 소아과 수련, 미국 군의관으로 미국과 독일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테네시주 Chattanooga에 거주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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