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북지역의 향교와 서원 건축을 둘러보는 기회가 있어 각 지역별로 찾아가 보면 한결같이 잘 보존·보관하고 있다.

도심의 좋은 위치와 좋은 건축물이다.

이것을 우리에게 쓰여지는 공용의 공간으로 되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고건축을 하드웨어로만 보면 그냥 보존에 치중하게 되는 반면, 소프트웨어로 보면 좀 더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유럽의 문화선진국은 일찍이 건축 문화재를 소프트웨어로 보고 변화된 시대에 맞게 잘 사용하면서 보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르세 미술관이다.

이 건물은 원래 파리의 기차역이었다.

당시의 기차는 증기기관을 사용해서 끌었기 때문에 객차 수가 열 개 남짓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엔진의 마력이 높아지게 되고 객차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객차 개수가 늘어나자 기존의 기차역 플랫폼의 길이가 짧아서 늘어난 객차를 수용할 수 없게 되면서 기차역은 폐쇄되었다.

이후 오르세 역은 몇 번의 용도변경을 거쳐서 지금의 미술관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건축물은 시대를 거치면서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

그것이 어쩌면 건축물을 더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좋은 사례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다.

루브르는 처음 로마의 병참 요새로 시작해서 왕궁이 되었다가 시대가 지나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게다가 중정에 초현대식 유리 피라미드도 증축되었다.

그러면서도 파리의 대표적인 건축 문화재로 당당하게 거론된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루브르 박물관에 이집트의 상징인 피라미드를 유리로 지어서 넣는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다들 미쳤다고 난리를 쳤었다 하지만 미테랑 대통령이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지금은 너무나 자랑스러운 건축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수라간에 레스토랑이 있고 경복궁이 박물관으로 사용되면 안 되는 걸까? 객사를 북카페로 만들어서 사용하고, 풍남문을 미술관으로 사용하여 더 이상 건축 문화재를 박제시켜 놓고 우상화 시키지 않았으면 한다.

/라인종합 건축사 사무소 김남중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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