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어 자살을 선택한 경비원의 사연이 많은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중 주차된 차량을 이동시키려 한 경비원에게 코뼈가 부러지는 폭행을 하고,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으로 상당기간 괴롭힘을 가하였으며 심지어 CCTV가 없는 화장실 문을 잠그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였으며 후배들을 시켜 땅에 묻어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하였다.

또한 근무하는 내내 퇴사를 종용하고 관리소장에게 당장 자르라고 윽박질렀다.

그래 놓고도 가해자는 쌍방 폭행을 주장하고,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치니 피해자는 더 이상 그 어디에도 억울함을 풀 수가 없다며 주민들과 딸을 향한 유서를 남기고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정말 분통이 터진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도대체 아파트 경비원은 심심찮게 발생하는 입주민 갑질에 언제까지 당해야 하는 것인가.

자기 집 문 앞의 쓰레기봉투를 치우라고 반말로 윽박지르고, 썩은 음식을 먹으라고 위에서 아래로 던져준 사건 등은 이미 매스컴에 보도된 지 오래다.

왜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일까.

왜 도무지 억울함을 풀 길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이 분들을 내모는 것일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노동에 대한 가치 경시 풍조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연봉 수백억 대기업 임원의 노동과 최저임금 8,590원 노동자의 노동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기업의 임원이나 최저임금 노동자나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노동을 제공한다.

아니 오히려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 내 생활 속의 노동이다.

아파트 경비원이 없다고 생각해 보자.

청소를 해 주시는 미화원이 없고 마트의 계산원이 없다고 생각해 보자.

하루하루의 생활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겠는가 말이다.

오히려 그 분들의 노동에 진정 감사하고 고마워해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노동의 대가를 돈으로 환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의 구조이지만 노동의 숭고한 가치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다.

혹자들은 최저임금이 올라서 자영업자들이 도산한다고 하지만 정말 줄여나가야 할 것은 프랜차이즈 가맹 수수료이고, 하청에 재하청을 반복하며 갑질을 일삼고 중소기업들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대기업과 대자본에 있음을 왜 인정하려 들지 않는가.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고 국민청원은 20만을 넘어 간다.

하지만 국민의식과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또 일어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동자를 머슴 취급하며 개-돼지 부리듯 하는 어느 사용자의 노동자는, 반말과 욕지거리로 삶의 의욕마저 떨어뜨리는 어느 손님의 감정노동자는 소리 없는 눈물을 훔치며 오직 생계를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물론 경비원 및 미화원 관련법,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등 법적· 제도적 정비는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동시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진국 반열에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노동에 대한 시각,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억울함을 그 어디에도 풀 수 없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 노동자가 바로 우리의 가족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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