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 커버린 딸아이의 책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전래동화 해님달님 이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줄거리를 보면 대충 이렇다.

어머니와 어린 오누이가 오순도순 살고 있었고, 어머니는 매일매일 산너머 마을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날 어머니가 산너머 마을에서 일을 하고 품삯으로 찰떡을 받아 돌아오는 중에 한 고개에서 호랑이를 만난다.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결국 떡을 하나 주고 다음 고개를 넘는데 또 호랑이가 나타나 이야기 한다.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다음고개에서도 또 호랑이가 나타나 이야기 한다.

떡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결국 떡을 다 빼앗아 먹은 호랑이는 어머니까지 잡아 먹고 오누이를 잡아먹기 위해 오두막집으로 향한다.

호랑이를 피해 나무위로 올라간 오누이는 하늘에서 내려준 튼튼한 동아줄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 해님이 되고 달님이 된다.

호랑이는 하늘에서 내려준 썩은 동아줄을 잡고 하늘에 오르다 수수밭에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사는 주변에도 이런 못된 호랑이들은 많다.

하나를 내어주면 또 하나를 요구하고, 또 하나를 내어주면 다시 하나를 요구하고 결국 통째로 다 내주어도 끝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발전시킨 정보통신 기술은 각종 악성 댓글, 가짜뉴스,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각종 영상을 통해 사람을 집아 삼키기도 한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과 비닐 등 합성 화학물질로 인해 지구는 몸살이 나고 인간에게는 각종 질병의 위험으로 인해 고통받기도 한다.

도박, 마약과 같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순간의 쾌락을 쫒다 결국은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도 있다.

편안함과 쾌락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위의 사례처럼 우리 모두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굳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지구와 인간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일도 있다.

자동차 문제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만큼 우리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존재도 없다.

특히 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걷거나 추운 겨울 꽁꽁 언 손과 발을 호호 불며 걸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 급하게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움직여야 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동차가 고맙고 친숙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특정한 어느 누구의 경험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동차에 대해 갖는 똑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그 자동차로 인해 우리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많은 일들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환경문제와 탄소배출, 화석연료 고갈로 인한 에너지 위기,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뿌연한 미세먼지, 매일매일 반복되는 답답한 출퇴근길 교통체증, 늘려도 늘려도 해결되지 않는 심각한 주차문제,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면서도 정작 우리는 그 원인 중에 하나인 자동차의 편리함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지금이라도 그 편안함과 친숙함으로부터 멀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이 대중교통 중심도시 전주를 꼭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진옥 전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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