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중국 언어학 방법론 접근
'언어접촉' 관점 분석 과정 거쳐 수록

왕오천축국전을 언어접촉의 관점으로 접근한 ‘왕오천축국전을 읽다’가 발간됐다.

전북대 박용진 교수는 이 책을 나오기까지 많은 인연을 먼저 소개하고 있다.

우선 중어중문학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 시절 TV에서 방영됐던 다큐멘터리 ‘실크로드’를 통해서다.

박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언젠가 실크로드에 서 있을 자신을 상상하며 사막과 낙타 그리고 월아천과 어우러진 자신의 모습을 함께 그려보곤 했다.

2007년 국외교수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언어접촉’이란 새로운 학문영역을 접하게 된다.

전공이 ‘중국어 교육’이었던 터라 다양한 외국어교육 이론을 섭렵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언어접촉’ 이론에도 흥미를 가지게 됐다.

여기에 왕오천축국전을 접하게 된 것 역시 또 하나의 인연이었다.

아이에게 사줬던 책 중 한 권이 왕오천축국전을 쉽게 풀어 쓴 도서였기 때문이다.

사실 왕오천축국전은 중고등학교 역사시간을 통해 책의 저자와 제목만을 막연히 알고 있었을 뿐, 그 내용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문득 이 책을 ‘언어접촉’의 관점으로 연구해볼만한 긍정적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됐다.

박 교수는 서둘러 강독팀을 꾸렸다.

2013년부터 박병선 군산대 교수, 서진현 전북대 교수, 원효붕 전북대 박사, 박지숙 박사, 조선화 석사 등과 함께 왕오천축국전에 대해 중국 언어학의 방법론으로 접근해보고자 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왕오천축국전을 분석했다.

첫째 교감을 통해 기존에 소개되지 않았던 왕오천축국전의 속자, 결자, 한자의 변별을 분석했다.

둘째 왕오천축국전의 중간언어를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중간언어 분석이 한 차례도 시도되지 않았다.

중간언어 분석은 저자 혜초가 모국어가 아닌 중국어로 지은 작품에 어색한 문구를 대상으로, 중국어가 모국어인 화자의 문장과 모국어가 한국어인 한국문헌의 문장을 비교해 중간언어 현상을 분석하고자 했다.

셋째 한국어의 정확한 번역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현재 한국에서 출간된 왕오천축국전의 한국어 번역본은 여러 종이 있지만 기존 한국어 번역을 수정 보완해 원문의 내용을 한글로 충실히 번역하고자 했다.

이들은 세 차례의 강독을 마치고 2014년부터 왕오천축국전의 언어분석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7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책은 위 모든 과정의 마지막 정리본인 셈이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도 도출됐다.

우선 왕오천축국전에 언급된 실제 현장을 살펴보고 그 지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분석하지 못했다.

텍스트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한계가 있는 것이다.

또 실제 적용했던 언어분석 방법이 잘못될 가능성도 컸다.

앞으로도 분석 방법에 대한 잘못된 부분이 종종 발견될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이전의 연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점은 충분히 만족스런 걸음으로 여기고 있다.

여기에 왕오천축국전의 분석을 위해 2015년 돈황으로 향한 이후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막고굴의 16-17굴을 찾기도 했으며, 또 개인적으로 해외자원봉사활동과 오픈캠퍼스 프로그램을 통해 키르기스스탄의 실크로드, 중국의 실크로드 등을 다녀오는 수고도 감안해야 했다.

공동저자 박병선 교수는 “우리의 분석을 기준으로 현존하는 왕오천축국전은 905여개의 서로 다른 한자를 사용했으며, 6,034개의 한자와 227줄로 이뤄진 기록임을 밝힌다.

어린 나이에 중국에 건너갔고, 인도 순례를 마친 혜초 스님은 무엇을 생각했을지 궁금하다”며 “혜초 스님이 지나갔던 길에서 그의 도전을 배웠고, 그 모험을 지금의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내 책임이고 임무인 듯하다”고 밝혔다.

저자 박용진은 현재 전북대 중문과 교수이며 박병선 교수는 군산대 중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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