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상 작가 '꽃잎처럼' 40년만의 이야기
5.18 현장 생생하게 담긴 기록 소설 발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40년이 지났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미완의 문제점들이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문화예술계에서 다양한 장르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돼 왔다.

영화나 미술, 소설 등을 통해 광주민주화운동을 상기하고 있으며, 특히 40주년을 기념해 또 다른 소설 한 권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이웃의 생명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든 시민군은 계엄군의 압도적 화력에 의해 쓰러져갔다.

1980년 5월 27일 새벽 이야기다.

1987년 전남대에서 주최한 오월문학상을 받은 정도상 작가의 신작 ‘꽃잎처럼’은 40년 만에 이야기하는 5.18 그날의 이야기다.

신작 장편소설 ‘꽃잎처럼’은 5·18 민주화운동 최후의 결사항전이 있던 5월 27일 새벽, 전남도청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의 챕터는 26일 저녁 7시부터 27일 새벽 5시 이후까지 한 시간 단위로 디테일하게 구성돼 사실감과 현장감을 더한다.

소설의 1인칭 화자 스무 살 청년 명수는 5월 18일 이후 구성된 투쟁위원회의 대변인 상우의 경호원을 자처하며 도청에서 결전의 순간을 기다린다.

명수는 배우지 못한 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야학 ‘들불’에 들어갔던 청년이다.

그곳에서 첫사랑 희순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명수는 실존적 방황을 하면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이었다.

26일 밤, 도청과 주변 건물들에 모여 결전의 순간을 기다리는 오백여 명의 시민군과 폭도를 진압하겠다고 탱크를 앞세운 채 광주로 들어오는 공수특전단을 비롯한 이만여 명의 계엄군.

시민군은 모두 최후의 순간을 직감하면서도 도청에서 계엄군을 기다렸다.

27일 새벽, 계엄군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그들의 솔직한 심정은 이랬다.

‘오지 말아라. 하지만 온다면 피하진 않겠다.’ 그러나 ‘오너라, 얼마든지’란 마음을 가진 사람도 꽤 있었다.

명수와 동년배인 수찬도 그랬고 회의실에서 오열하며 동생의 복수를 울부짖던 순찬반장도 그랬다.

반면, 명수는 생각했다.

‘내가 지금 도청에 있는 이유는 단 한 사람, 희순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희순은 들불야학의 강학으로 광주전남민중민주운동의 도도한 흐름 속에 실재했던 인물이며 동시에 소설적으로 가공된 인물이기도 하다.

27일 새벽 3시 50분, 계엄군은 도청으로 쳐들어와 무차별 사격을 시작한다.

소설은 계엄군 진압 작전이 개시되는 몇 시간 전부터 5·27 최후까지 긴박한 순간을 따라가며 그날의 상흔들을 불러낸다.

40년이 흘렀지만 바로 눈앞의 일인 듯 선연하게 그려진 풍경 속에서 시민군 개개인의 실존을 느껴볼 수 있다.

‘꽃잎처럼’은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이 아니라, 시민군 개개인의 실존을 탐구한 소설이다.

‘꽃잎처럼’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이뤄진 광주민주화 운동의 마지막 날의 밤과 새벽, 전남도청에서 결사항전의 순간을 기다리던 오백여 명의 시민군들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스물한 살 청년이었던 작가 정도상이 40년 만에 재구성한 현장 소설이자 기록 소설이다.

‘작가의 말’을 통해 작가가 고백한 바, 주인공 스물한 살 명수를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재했거나 실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꽃잎처럼’을 통해 5·18의 현장으로 다시금 투신해 직접 주인공 명수의 귀와 눈과 입이 되어 당시의 뼈를 깎는 핍진한 순간들을 40년 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생히 전한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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