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업체 대표 30억 들고 잠적

금융기관서 일하며 교분쌓아
다단계방식 투자자 끌어들여
전주시장상인들 수백명 피해
피해자 늘어 사기액수 커질듯

“한 달에 원금의 10%를 준다고 해 돈을 맡겼고, 배당금이 일주일 단위로 꼬박꼬박 들어와 지인들을 소개해 수억원을 대부업체에 맡겼다. 나로 인해 주변 사람들까지 피해를 당해서 죽고 싶은 심정이다”

전주 대부업 사기 사건에 관련된 투자자의 하소연이다.

최근 전주의 한 대부업체 대표가 높은 배당을 미끼로 전통시장 상인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챙긴 뒤 잠적했다.

전주 중앙시장과 모래내시장 영세상인들 수백여명이 피해를 당했고 부동산업과 요식업 계통에서도 투자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주의 한 대부업체 직원 14명은 지난 22일 이 업체 박모 대표(47)가 회삿돈 300억원을 들고 잠적했다며 고소장을 내 수사에 착수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박씨는 지역 금융기관에서 수년 동안 일하며 시장 상인들과 교분을 쌓아왔고 은행을 그만둔 뒤 지난 2018년 대부업체를 차렸다.

대부업체는 작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 하루 1만원씩 100일 동안 투자금을 넣으면 연 7~10% 정도 이자를 줬다.

다른 상인을 소개해주는 상인에겐 약속한 것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기도 하면서 신뢰를 쌓은 것.

그러다 이 대부업체는 지난 1월부터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게는 원금의 월 10%에서 적게는 3%까지 배당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소개한 사람은 10%의 배당에서 일정비율을 자신이 취하고 나머지를 배당해 주는 다단계 방식이었다.

고배당금에 현혹돼 투자액수를 늘리는 바람에 수억원을 투자한 피해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 상인들은 “오랫동안 친분이 있던 박씨를 믿고 돈을 맡겼고, 이자도 꼬박꼬박 받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이자와 원금이 들어오는 날이 들쭉날쭉했고, 이번 달 중순부터는 아예 입금이 되지 않았다.

상인 A씨는 “원금 대비 월6% 이자를 준다고 해서 투자를 결정했다. 주변 상인들이 이 대부업체를 이용해 큰돈을 만져왔던 것을 봐왔던 터라 믿고 돈을 맡겼다”며 “첫 달에 약속한 이자가 입금됐고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모은 자금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데 쓴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액만 300억원이나, 피해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사기 액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체는 인천에 본사를 두고 전주 만성동과 전주 신시가지 등 두 곳에 지사를 둬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동 지사를 책임졌던 권모 대표만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씨는 지난 23일 투자자들에게 ‘차입금을 운영하는 대표가 실종돼 상환이 힘들게 돼 죄송하다.

백방으로 찾으려 노력했으나 찾지 못해 고소한 상태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피해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인천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최근 열린 공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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