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소년체전 준결승 진출
전국종별여자축구대회 우승
12명 선수로 이룬 감동스토리
영화 '슈팅걸스' 제작 개봉돼

올해 삼례여중 축구부 해체
합숙훈련-기숙사 전면 금지
학생 미전입시 불법전입생 가주
학생줄고 타지역수급 조차 막혀
도내 운동부 3,100명 대폭 줄어

도교육청 선진국형 스포츠클럽
운동부 학교육성 한계 보완 제시
여러학교 학생 자발적 참여 운영
선수수급-전문선수 발굴 용이해
운동부 학군위반 예외규칙 검토

체육계 시기상조 "현실은 달라"
비인기종목 도태 부작용 우려
체육의 뿌리 육상종목 자멸 분명
선수집중발굴 시스템 병행해야

올해 초 영화 한 편이 전북 체육계에는 관심을 끌었다.

삼례여중 축구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슈팅걸즈’가 개봉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촬영에 임한지 어렵사리 5년 만에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전국대회 우승까지 차지하는 어린 소녀들의 감동어린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체육계 뿐 아니라 도민들에게 자그마한 희망을 던져 준 것이다.

하지만 영화 개봉에 맞춰 정작 주인공인 삼례여중 축구부는 올해 해체되고 말았다.

민원이 다수 발생하고, 선수수급이나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른 규정을 지키지 못하면서 해체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화까지 만들어진 팀이 해체가 되니 오히려 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단 삼례여중 축구부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전북에서 현재 운영 중인 학교체육 운동부는 모두 어려운 환경에 빠져 있다.

학생 수는 줄어들고 운동여건도 이전보다 좋아지지 않았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전북학교체육 고사위기까지 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삼례여중 축구부를 통해 비춰진 전북 학교체육의 현실과 대안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삼례여중 축구부를 통해 본 전북학교체육

삼례여중 축구부가 사람들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3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한 삼례여중 축구부가 예상을 뒤집고 전남 광영중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 경기가 관심을 받은 이유는 승리보다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준결승까지 올라온 삼례여중 축구부의 인간승리 내면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12명의 선수로 출전한 삼례여중은 부상 선수가 발생해도 선수교체를 할 수 없으며 심지어 3개월이 채 안된 후보까지 그라운드에 나서야 했다.

객관적으로 비교가 되지 않는 전력이지만 첫 경기부터 강호들을 하나씩 물리치며 결승에 진출했고, 아쉽게 패했지만 삼례여중 축구를 널리 알리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이 기세를 모아 같은 해 여왕기 전국종별여자축구대회 여중부 우승을 이끌며 여중부 최고팀으로 등극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길을 꿋꿋이 걸어온 소녀들의 역전 같은 인생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삼례여중 축구부의 눈물겨운 인생스토리를 담은 영화 ‘슈팅걸스’는 완주군 운주중학교를 중심으로 촬영에 돌입했다.

배효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선수 12명의 축구부가 소년체전 준우승, 전국대회 우승에 이르는 과정을 스크린에 옮겼다.

촬영 당시 배효인 감독은 “지난 2009년 여왕기전국대회 우승한 것을 언론을 통해서 봤다.적은 수로 선수로 기적을 이룬 것이다”며 “학교를 방문해 선수들을 직접 만나보니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았다.영화로 만들기에 적절한 소재가 많아 제작을 결정했다”고 촬영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5년 만에 개봉된 이 영화는 축구인 뿐 아니라 도민들에게 희망과 던져주게 됐다.

하지만 믿기 힘든 소식이 들려왔다.

영화의 주인공인 삼례여중 축구부가 올해 해체된 것이다.

삼레여중 축구부 해체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선수수급 문제다.

학생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골 조그마한 학교에서 선수 숫자가 많은 축구부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선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타 지역 학생들을 데려와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선수들의 기거할 합숙소 운영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은 초중학교 학교운동부 합숙소 운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독립세대를 갖춘 세대주를 포함한 학생이 전입하지 않을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69조, 제76조에 의거해 기숙하는 학생은 모두 불법 전입생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삼례여중은 축구를 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전입해 학교 수업 후 운동과 함께 야간에 기숙사에서 기숙을 해오고 있었다.

전북교육청은 학교측과 협의해 2015년 1학년으로 타 지역에서 전입 해 선수들이 졸업하는 2017년 말까지 축구부를 유예하기로 했으며 이후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삼례여중 축구부는 2019년까지 운영을 하다 올해 들어 해체의 길을 걷게 됐다.

삼례여중 축구부 해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은 다른 종목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북 도내 운동부 현황을 보면 초중고 선수가 2년 전 3,500여명에서 현재는 3,100여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학생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때문에 전체 68개 종목 중 소년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선수 숫자를 맞추지도 못하는 종목도 생기고 있다.

축구나 야구, 태권도, 배구 등 인기종목은 사정이 좋아 그나마 다행스럽게 볼 수 있지만 비인기종목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여자축구 역시 비인기종목에 해당돼 비슷한 상황에 빠지고 있다.

삼례여중 축구부 역시 2002년 당시 삼례중앙초, 삼례여중, 한별고 등 연계시스템이 완성되면서 운영이 돼 왔지만 삼례중앙초 축구부가 사라지면서 연계시스템이 붕괴됐다.

선수 수급을 타지역에서 해야하는 상황에 빠졌고, 학생이 감소하면서 자연스럽게 선수 수급이 어렵게 됐다.

현재 삼례여중 축구부 재학생 대부분은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갔고 단 2명만 삼례여중에 잔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 학교 운동부를 힘들게 하는 것은 기숙사 운영 금지다.

이른바 합숙훈련 금지다.

어린 학생들의 폐쇄적 구조의 합숙소는 과도한 생활수칙이나 성폭력, 구타, 기합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고, 인권사각지대로 떠오르면서 교육청 차원에서 이를 금지하게 됐다.

또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학군 문제다.

현재 법령에 따르면 한 권역 내에 있는 학교에만 이동이 가능하고 그밖의 권역은 학생 혼자 이동이 불가한 상태다.

독립세대를 갖춘 세대주를 포함한 학생이 전입하지 않을 경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69조, 제76조에 의거해 기숙하는 학생은 모두 불법 전입생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학생 숫자가 줄어들어 어려운 상황에 이같은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학교 운동부 운영이 더욱 힘들어지게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북도의회 두세훈 의원은 지난 4월 관련 법의 개정을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두세훈 의원은 “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초중등 체육특기생의 거주지 외 전입학을 허용하지 않아 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특정 지역 관할 내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 선수가 동일 지역 내 동일한 체육종목을 육성하는 중학교가 없을 경우 거주지 외 중학교로 입학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두세훈 의원은 관련 법안 해석을 놓고 서울교육청 등 전국 10개 교육청은 가능하다고 판단한 반면 전북교육청 등 7개 교육청은 불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일선 교육청조차 혼란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두세훈 의원은 “이로 인해 삼례여중 축구부가 지난 3월 해체가 됐다. 원거리 학생선수를 위해 합숙소가 폐지돼 많은 학교운동부가 해체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체육특기생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 거주지 외로 진학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하며, 이들을 위해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북교육청-스포츠클럽이 답이다

학교체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북교육청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예전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현실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대안은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스포츠클럽 형태 운영이다.

당초 스포츠클럽은 더 이상 스포츠 우선가치를 국위 선양에 두지 않고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고자 추진됐다.

이른바 선진국형 스포츠 운영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2013년 9개로 시작된 공공스포츠클럽은 외형적으로 100개 시대를 맞고 있으며, 이들은 생활체육과 엘리트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자체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고 회원 중심의 클럽 문화형성, 올바른 조직운영으로 스포츠 분야 투명성을 선도할 예정이다.

특히 공공스포츠클럽은 기존의 한국 스포츠의 폐쇄적이고 이원구조의 한계를 보인 학교 운동부 또 선수는 학교에서만 육성해야 한다는 시스템을 보완하고자 대안으로 제시돼 왔다.

학교 체육의 경우 일반 학생들의 신체활동량 부족에 다른 체력관리 체계가 부재했고, 운동부의 경우 학생수 감소와 독점 모델에 다른 학교운동부의 지속성이 저하돼 왔다.

운동부의 경우 전국적으로 보면 초중고 운동부는 지난 2010년에 9,155개였던 것이 2017년에는 7,087개로 2,069개가 감소됐고, 학생 선수 역시 2009년 8만7,661명에서 2017년 5만7,757명으로 8년 동안 34%가 줄어든 상황이다.

선수자원의 지속적 감소에 다른 학교 운동부 해체가 증가함과 동시에 지도자 자질평가와 처우개선, 폐쇄적 구조의 합숙소, 기형적 선수 육성 시스템,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국민 관점 변화 등이 공공스포츠클럽 도입을 앞당기게 됐다.

특히 전북교육청은 이보다 진화된 연계형스포츠클럽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단일학교가 아닌 여러 학교 중에서 운동에 관심있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이다보니 선수 수급에 용이하고 이중 능력 있는 선수들은 전북대표로 선발돼 소년체전에 참가하는 등 전문선수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축구나 야구 등 인기종목 운동부는 기존처럼 유지되고 나머지 비인기종목은 스포츠클럽 형식으로 명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선수들 수준 하락이라는 문제점도 있지만 이대로 가면 자연소멸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형태다”며 “위장전입이나 학군배치 등에 위반되지 않기 위해서 연계형스포츠클럽이 마땅한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현재 이런 형식은 전북교육청이 전북스포츠클럽에 위탁운영을 맡겨 시행 중이다.

여기에 전북교육청은 학생 선수의 학군위반에 대한 예외규칙을 만드는 것을 조심스럽게 검토중이다.

운동부를 예외규정으로 해 주소지와 상관없이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비단 전북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북체육계-시기상조인 스포츠클럽

전북체육계는 스포츠클럽을 통한 학교체육 활성화에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다.

거시적으론 찬성을 하지만 미시적으로 살펴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학교 운동부 현실을 모를 뿐 더러 스포츠클럽 활성화가 오히려 비인기종목을 도태시키는 부작용도 나올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클럽은 학교체육이 없는 선진국형 모델로, 학교체육이 존재하는 아시아지역에 신중한 검토 없이 도입하는 것은 제고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축구 종목의 경우 스포츠클럽을 통해 활성화될 수 있지만 사이클이나 역도 등 비인기종목은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기종목은 더욱 활성화되는 반면 그나마 존재했던 비인기종목은 오히려 도태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확실하게 생길 것이란 지적이다.

도내 체육인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운동을 하는 스포츠클럽은 축구나 야구, 농구 등 인기종목을 중심으로 진행이 될 게 자명하다”며 “이럴 경우 비인기종목은 영원히 사라지게 되고 특히 체육의 뿌리인 육상종목은 자멸하게 된다. 스포츠클럽에서 달리기나 포환던지기를 할 학생은 없다”고 말했다.

급작스런 도입에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충분한 검토 없는 도입은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길 거란 이야기다.

특히 기존 학교 체육의 경우 해당교육청이나 체육회 등 관련기관의 지원아래 선수는 운동에 전념했지만 스포츠클럽의 경우 초기에는 지원이 되지만 향후 자생과 자립기반을 위해선 회비 등 자국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예상이다.

또 기껏 만들었는데 참여 학생들이 건강이나 취미 차원에서만 운영이 된다면 선수 발굴을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선수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되 별도로 선수를 집중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북 체육인은 “스포츠클럽을 통해서 체육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전문체육의 경우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학교체육이 자연스럽게 스포츠클럽으로 스며드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학교체육은 무작정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 무리가 많다”고 말했다.

지역집중특화종목을 만들어 비인기종목이 사라질 수 있는 대안마련도 나왔다.

즉 부안의 요트나 순창의 정구, 무주 바이애슬론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종목을 특화시켜 스포츠클럽과 투트랙 방식으로 별도로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북체육의 앞날은 암울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이 관계자는 “순창에 정구종목이 활성화됐기에 이 지역 학생선수들을 발굴하기에 용이한 점이 있다. 무주의 경우에도 바이애슬론 종목으로 인해 인근 선수들을 보급할 수 있고, 동계체전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인기종목으로 쏠림현상이 벌어지면 이런 종목들은 경쟁이 되지 않아 퇴보하거나 사라지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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