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박물관 '선비, 역병을 막다'
휴대용 의학서적-의료기구 전시

국립전주박물관은 7월 31일까지 ‘선비, 역병을 막다’ 전시를 진행한다.

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역사실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동의보감 등 12건 12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박물관은 지난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조선 선비문화’를 주제로 특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제전 역시 선비문화 탐구의 일환으로 기획됐으며,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역병을 마주했던 선비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선비의 휴대용 의학서적과 의료기구가 전시된다.

뿐만 아니라 역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친구의 안부를 묻는 절절한 내용의 편지도 출품된다.

전염병에 걸려 아우가 세상을 떠난 친구가 연이어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하자, 선비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먹고 몸이 약한 어른을 잘 모셔야 한다며, 자신의 건강도 그리 좋지는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에는 시공간을 넘는 공감이 생긴다.

조선 시대에는 여러 차례 역병이 창궐해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곤 하였다.

전통의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전염병에 대해 어떤 이들은 자포자기하거나, 무속의 힘을 빌려 회복을 시도하기도 했다.

좌절과 현실회피가 능사는 아니며, 때문에 선비 정신은 이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큰 울림을 주곤 한다.

다산 정약용은 ‘여유당전서’, ‘목민심서’를 비롯하여 방대한 저술을 남긴 조선 후기의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또 홍역 치료법 책인 ‘마과회통’에는 홍역으로 세상을 떠난 가족에 대한 아픔을 엿볼 수 있다.

경북 영천시 정중기란 선비는 역병으로 가족을 잃자 전염병을 피해 이른바 자가격리를 한 채 공부를 했다.

43세 과거에 장원급제했지만 권모술수 정치계를 버리고 낙향하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고 이상향을 만들어 새로운 세상의 싹을 키워나갔던 정중기식 거리두기는 또 다른 의미를 전해준다.

박물관 관계자는 “시간과 공간은 변했으나 선비가 남긴 유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로 귀결된다”며 “현실극복 의지와 사람 사이의 연대, 그리고 따스한 인간애이다.

그것이 2020년 현재, 옛사람에 비추어 우리를 되돌아보는 이유일 것이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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