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일감 전년비 30~40%↓
인부에 선금 후불수취 애로
노임 조정 문제도 골치아파
영세업체 코로나19 직격탄

“가뜩이나 건설경기도 안 좋은데 코로나인지 뭔지 때문에 인력사무소를 찾는 인부들의 발길이 뚝 끊기다 보니 올해에는 소장인 제가 일터를 전전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건설경기 침체와 코로나19가 일부 인력사무소 소장까지 일터로 끌어내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7일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1가 G인력사무소에서 만난 김모(61) 소장은 최근 일감을 찾는 인부들의 발길이 뚝 끊겨 버렸다며 수상한 시절의 아픈 속내를 털어놓았다.

김 소장은 “평년 같으면 아침 6시도 안돼 수십 명의 인부들이 사무소를 찾아와 일자리를 문의하곤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2~3명 될까 말까 하는 사람들이 노크를 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인부 한 명당 13만원에서 15만원(평균), 많게는 18만원(기술자)까지 일당의 법정수수료 10%를 떼고 노임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인부들에게 선금을 지급하고 후불로 업체에서 해당 금액을 받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인부들이 업체에서 받은 노임을 수수료까지 몽땅 가져가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여기에다 외상거래는 물론 소장이 노임을 대납하는 경우도 있어 인부에게는 피해가 없지만 대표(소장)의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어떤 인부는 ‘해치운다’는 의미의 일본말 ‘야리끼리’로 8시간 노동 분량을 5시간 정도에 속성으로 해치우고 집에 가는 바람에 노임 조정 문제로 골치를 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운영에 별 문제가 없다는 S인력사무소 임모(50) 소장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3~4월을 잘 버텨왔다며 요즘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당시에는 현장 일감이 정상적이지 못해 전년대비 30~40%씩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야 한숨을 돌리는 듯싶은데 또다시 코로나19가 번진다면 다시 사정이 나빠질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직격탄을 맞은 일용직 근로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주변에서 만난 한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예전에는 적어도 일주일에 3~4일은 현장에 나갈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밖에 나갈 수 없다”며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에서 수입은 줄고 쓸 돈은 많으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소위 잘나간다는 인력사무소들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이후 3~4월까지 두 달 동안 직격탄을 맞다가 최근 들어 현상 유지를 하고 있지만, 영세한 인력사무소는 아직까지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감을 찾지 못하는 일용직 근로자도 경기침체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생계 걱정에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G인력사무소 김 소장은 “요즘엔 소장인 제가 현장 일터를 찾아서 돈벌이를 해야 할 정도로 생계 유지에 어려움이 많은 시절을 이겨내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경기가 살아나고 코로나도 끝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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