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제이패션 등 7개 업체
폐쇄때 설비-원단 못챙겨
이르면 내일 道와 간담회
정부-도 근본대책 내놔야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도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으로, 현재 북한이 향후 개성공단 시설을 철거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

17일 전북도와 전북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 본사를 둔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제이패션, ㈜성실섬유 등 총 7곳이다.

이들은 모두 섬유 관련 업체로 1곳을 제외한 6곳은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폐쇄할 당시, 이들 업체는 설비를 챙기기는커녕 생산품, 원단, 부자재 등을 하나도 가지고 오지 못했다.

시기가 설 명절연휴로 주재원 1~2명만 개성공단에 남아 있었던 데다 북한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폐쇄였기에 손써볼 틈이 없었던 것.

 이에 시설투자 비용(7개 기업 총금액 947만1천달러) 등 직접적인 피해에 생산품, 원단, 부자재, 해외로 생산 공장 이전, 바이어 이탈 등의 간접적인 피해까지 고스란히 더해지면서 이들 기업은 아직도 폐쇄 여파에 따른 경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7개 기업 중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생산 근거지를 옮긴 ㈜성실섬유 등 4개 기업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더믹으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간절함은 더더욱 커졌으며, 다른 기업들 역시 폐쇄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개성공단 재가동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연락사무소가 곧 무너질 것이라고 예고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6일 실제 폭파가 이뤄짐에 따라 현재 도내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희망’에서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실망감이 역력하다.

고미화 ㈜제이패션 대표는 “생각지도 못한 소식이라서 당황했다.정부를 믿고 개성공단으로 갔는데 제대로 된 보호도 받지 못한 것 아니냐”며 “남북한의 관계가 변할 때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의 속을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 문제를 확실히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태두 성실섬유 대표도 “개성공단 폐쇄는 4년 전이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시 정부의 지원은 결국 2%대의 대출로, 여전히 원금도 못 갚고 있는 기업이 태반이며, 일부는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다”며 “해서 하루라도 빨리 개성공단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무엇보다 현 정권의 의지가 강해서 믿었는데, 정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에 정부와 전북도에서 이번 기회를 계기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생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 같은 목소리를 담아 전북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는 정부와 전북도에 개성공단 폐쇄 당시 지원한 대출의 이자 인하, 공공물품 조달 시 우대 등 피해보상 범위 확대는 물론 사업 다각화를 위한 지원 정책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에 전북도는 7개 기업의 상황 파악에 나섬은 물론 이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를 이르면 오는 19일 진행할 계획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개성공단에 대한 관심이 쏠림에 따라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며 “일단,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간담회를 통해 이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한 뒤 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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